액면분할 기대감에 힘입어 카카오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는 전날보다 6000원(1.11%) 상승한 54만8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카카오는 오는 15일 5대1 액면분할을 진행한다. 액면분할은 기존의 1주를 여러 주로 쪼개는 것인데, 1주 가격이 내려가면서 소액 투자자의 접근성이 개선되는 측면이 있다. 12~14일 3일간 거래가 정지되고, 15일 분할된 주식에 대한 거래가 다시 시작된다. 15일부터는 카카오 1주의 주가가 9일 종가의 5분의 1로 낮아진다.
액면분할 이후 카카오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을까. 2010년 이후 액면분할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르기보다는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적이 좋고 호재가 있는 기업이라면 액면분할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좀 더 쉽게 주식을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주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가 떨어진 경우가 더 많았는데
한국거래소가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액면분할을 한 129종목들은 단기적으로는 상장 첫날 종가보다 주가가 내린 경우가 더 많았다. 30거래일 이후 주가가 내린 경우가 83번으로 주가가 상승한 경우(46번)보다 많았다. 60거래일 이후에도 주가가 내린 경우가 80번으로 분할 이후 첫날 종가와 같거나 상승한 경우(49번)보다 많았다.
2018년 5월 50대1 액면분할을 진행한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액면분할 첫날 주가(종가)가 5만1900원이었는데, 30일 거래일 이후(4만7050원)와 60거래일 이후(4만5550원)에는 주가가 떨어졌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의 경우 2015년 5월 10대1 액면분할 30거래일 이후(18만7000원), 60거래일(19만5500원) 이후 주가가 액면분할 이후 첫날 종가(15만4000원)보다 크게 오르기도 했다.
◇소액 주주 접근성은 개선
액면분할을 하면 소액 투자자들이 주식을 쉽게 살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액면분할 이전 삼성전자의 주가는 265만원으로 소액 투자자들이 사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50대1 액면분할로 1주 가격이 5만3000원이 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여윳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액면분할 전인 2017년 말 삼성전자 소액 주주는 14만4283명이었는데, 액면분할 이후인 2018년 말에는 76만1374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전자 소액주주가 215만3969명까지 늘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카카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분기(882억원)보다 80.4% 증가한 159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카카오에는 좋은 소식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본사와 자회사가 지분 23.1%를 가지고 있는 두나무(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클레이튼이 발행한 가상화폐 클레이의 가격도 4000원대로 상승한 것 역시 카카오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창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 자체로는 주가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명확하게 정립된 이론이 없다”면서도 “카카오처럼 실적 개선이 예상되거나 호재가 있는 경우엔 액면분할 이후 투자자들이 좀 더 쉽게 주식을 살 수 있게 됐을 때 주가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