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자산 순위 1, 2위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이 잇따라 금융 당국의 ‘경고장’을 받았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중·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에 몰리며 자산이 급증했는데, 리스크 관리 능력은 그에 맞춰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1·2위 연달아 경영 유의 조치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SBI저축은행에 ‘경영 유의’ 조치를 내리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자본 적정성 지표에 대한 중장기 목표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경영유의는 금융사가 잘못을 저질러 내리는 징계는 아니다. 하지만 경영상 취약한 부분이 있으니 문제가 생기기 전 해소를 하라는 차원의 행정 조치다. 경영유의를 받은 금융사는 6개월 이내에 조치 내용을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SBI저축은행은 작년 9월 기준 위험가중자산이 8조8960억원으로 34.4% 증가한 반면 자기자본은 27.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0.7%포인트 하락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위험가중자산은 대출금, 유가증권 등 보유 중인 자산 유형별 부실 가능성을 감안해 산출한 자산 규모다. 즉 몸집은 커졌지만 건전성은 나빠진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 OK저축은행도 같은 이유로 ‘경영 유의’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최근 1년간 자산이 26.5%(2020년 6월 기준) 증가하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사업 계획 수립 시 자산 운용 편중 현상 등 리스크에 대한 내부적인 관리 정책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특히 OK저축은행은 2155억원 규모로 유가증권을 운용하고 있는데 투자 대상이 대부분(75.8%) 금융업에 편중돼 있었다. 금융 업종 변동성이 커질 경우 위험 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여기에 유가증권을 운용하는 인력이 3명인데, 이 중 2명은 자산운용 경력과 자격증이 전혀 없어 전문성이 약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OK저축은행은 직원 A씨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취급하면서 대출자(시행사)로부터 금품 7억1000만원을 수수해 기관주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4월부터 8월까지 232억원 규모 PF 대출을 내준 뒤 자신이 운영하는 컨설팅 회사와 시행사가 계약하도록 해 용역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저신용 대출자가 90%… 부실 커질 우려”
작년 말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자산은 91조9860억원이었고, 이 중 77조6101억원이 대출금이었다. 1년 만에 각각 19.2%, 19.4% 늘어난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작년 금융권 전체 대출이 11% 늘어난 것에 비해 저축은행 대출 증가세가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작년엔 저축은행 업계가 반사이익으로 자산이 늘긴 했지만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영업 환경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연체율 상승 등 잠재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올해 7월부터 대출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되는 것도 저축은행 업계에는 악재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20% 초과~24%이하 대출이 전체 대출금의 22.7%에 달한다. 결국 대형 저축은행들의 이자 수익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봉준 예금보험공사 저축은행관리부 경영분석팀장은 “저축은행은 개인신용대출 중 신용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비율이 90%에 달한다”며 “중·저신용자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와 실업률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실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