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인 ‘서학 개미’의 수가 300만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914만명)의 3분의 1 수준까지 늘어난 것이다. 해외 주식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해외 주식 양도 차익에 물리는 ‘세금’에 대한 불만도 확산되고 있다. 국내 주식의 경우 대주주(한 종목 10억원 이상 보유)만 투자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는 반면 해외 주식은 투자 규모에 관계없이 연간 투자 수익이 250만원이 넘으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4일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10개 주요 증권사의 해외 주식 계좌는 지난 3월 기준 321만개였다. 2019년 말 44만개에서 지난해 말 246만개까지 늘었고, 올 들어 3개월 동안에만 75만개가량 더 늘어난 것이다. 해외 주식의 경우 한 사람이 여러 증권사 계좌로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어 실제 서학 개미의 수도 3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주식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왜 해외 주식 투자 수익만 세금을 더 내야 하느냐”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 주식의 경우 250만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 22%(국세 20%·지방세 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국내 주식의 경우 지금은 대주주만 납세 대상이고, 2023년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더라도 5000만원이 넘는 투자 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이후에도 국내 주식 공제 금액이 해외 주식의 20배 수준인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주식에서 250만원이 넘는 수익을 낸 투자자의 수는 늘고 있다. 2016년 7624명에서 2017년 1만5581명이 돼 2배 가까이로 늘었고, 2019년에는 3만3924명까지 늘었다. 2019년 3만3924명이 해외 주식 투자에서 거둔 수익은 953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이들이 해외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낸 세금도 1910억원 수준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해외 주식 투자 인원이 크게 늘어난 데다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산 테슬라 등의 주가도 크게 올랐기 때문에 서학 개미들의 세금 부담이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