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석 경제부 기자

지난 3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는 국무회의 브리핑이 올라왔다.

“자본주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반응이 즉각 나왔다. 은행은 돈을 떼일 염려가 적은 사람들에게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높은 금리를 매긴다. 은행이 이걸 제대로 못 해서 대출금을 떼이면 큰 손실을 입고, 그 피해는 그 은행에 예금한 무고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이게 자본주의의 기본 이치인데, 대통령이 대놓고 은행 구실을 제대로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한 은행원은 “대통령 말대로라면 대한민국 금융은 완전히 공산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만 하루가 다 지나서야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이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그런 취지의 말을 하지 않았다. 제가 부연 설명 없이 말을 너무 압축했다”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이 아니라 본인 잘못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을 실무자 실수로 생긴 해프닝 정도로 끝내려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금융계와 학계 등 전문가들이 더 놀라는 것은 대통령 발언 이후 시장이 하루 동안 혼란스러웠는데도 이를 바로 잡으려는 경제 참모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수석비서관이나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모두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경제 수장들이 청와대와 여당의 위력에 눌려 기를 못 펴는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여 전 국무회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회의를 주재한 최고위 공직자가 이번 대통령 발언과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어떤 장관도 지적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장관은 “당혹스러운 발언 때문에 회의석상에서 즉시 바로잡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넘어갔다”고 전했다.

경제를 잘 모르는 정치인들은 지지층을 위해 경제 원리와 상반되는 황당한 주장을 펼 수도 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전문성을 갖춘 직업공무원들의 몫이다. 그런 역할을 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 참모들이 이런 식으로 정치권력 앞에 굴복한다면 부동산값 파동이나 세금 폭탄 같은 국민들의 고통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