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상장사인 세우글로벌에 대한 감사의견 비적정설 조회 공시 후 6분 늦게 거래정지 조치를 내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3일 12시 23분 세우글로벌에 대해 회계 감사인의 감사의견 비적정설과 관련한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풍문 등 조회 공시가 나가면 그 즉시 매매 거래 조치가 뒤따른다. 실제로 22일 성안, 23일 뉴로스 등은 모두 감사의견 비적정설 조회 공시와 매매 거래 정지가 동시에 이뤄졌다.
그런데 거래소는 세우글로벌에 대해서는 감사의견 관련 조회 공시 이후 6분이 지난 12시 29분에 매매 거래를 정지시켰다.
조회 공시와 매매 정지 사이에 시간차 6분이 생긴 것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감사의견 거절 관련 조회 공시와 매매 거래 정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거래소의 6분 방치 사고로 인해 이날 소액 주주들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이날 세우글로벌의 전체 거래량은 180만주 가량이었는데, 이 중 80만주가 거래소 조회 공시 이후 매매 정지까지 걸린 단 6분 동안에 이뤄졌다. 22일 3525원에 마감했던 세우글로벌 주가는 순식간에 하한가인 247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다음 동영상에서 거래 정지 전 6분 동안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인 주가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멀쩡해 보이던 주가가 순식간에 하한가로 직행하는데, 보고 나면 영혼이 털리는 느낌이다.
소액 주주 K씨는 “거래소가 조회 공시 후 바로 매매 거래를 정지시켰다면 주가가 하한가(-30%)까지 내려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회 공시 이후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로 떨어지자 새로 입성한 개미들이 많았는데 전부 돈이 묶이고 말았다”고 말했다.
K씨에 따르면, 거래소가 방치한 6분 동안 1억3000만원 어치 매수한 개인 투자자가 있는 등 피해가 심했다고 한다.
반면 거래소가 공시 이후 정지를 늦게 하는 바람에 주식을 처분할 수 있었던 기존 주주는 한숨 돌리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짧아 보이지만 6분 동안 많은 피해자와 수혜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고 경위와 관련된 철저한 조사와 징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우글로벌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원료 제조회사로, 지난 1978년 설립되어 1989년에 코스피에 상장한 회사다. 23일 기준 시가총액은 709억원으로 소형 상장사이지만, 최근 5년간 꾸준히 흑자를 기록했다.
밀양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엔 ‘홍준표 테마주'로 엮이기도 했다. 과거 홍 의원이 경남도지사 시절 밀양 신공항 유치를 추진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외부 감사인인 대주회계법인이 회사 내부 통제와 관련해 “회계 처리와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통제절차를 운영하지 않았다”며 “내부 회계 관리 제도의 전반적 신뢰성에 훼손이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을 내리면서 거래 정지됐다.
한편, 거래소 관계자는 “4월 13일까지 회사 측에서 이의 신청을 할 수 있고 거래소가 이를 검토해 받아 들여지면 개선 기간을 부여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