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노후에 대비해 가입하는 퇴직연금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ETF란 특정 종목이나 지수 등 자산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상품이다
24일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1778억원 수준이던 퇴직연금 계좌의 ETF 잔고는 작년 말 8375억원으로 급증했고 다시 올해 2월 말에는 1조2765억원으로 불어났다.
윤치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위원은 “ETF는 수수료가 일반 펀드보다 저렴하고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서 급격한 시장 변화에 쉽게 대응할 수 있다”면서 “과거에는 시장 대표 지수 ETF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다양한 테마형 ETF도 상장되어 분산 투자하기에도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빅2 증권사 퇴직연금 ETF 1조 돌파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의 퇴직연금 계좌에서 가장 많이 투자된 ETF는 각각 ‘TIGER 미국나스닥100′, ‘KODEX 미국FANG플러스(H)’였다. 두 상품 모두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1년 수익률이 70%, 149%에 달한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금융회사들도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2일 연금 계좌에 담아 분산 투자하기에 좋을 26개 ETF를 골라 소개했다. 해외주식, 원자재, 리츠, 대체투자, 국내주식, 해외주식, 자산배분형 등으로 그룹을 나눠 구체적인 상품을 엄선했다. 이달 말 26종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연금 제도 정보까지 담은 가이드북을 홈페이지를 통해 선보인다.
KB운용은 지난달 1일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겨냥해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총보수를 업계 최저로 낮췄다. KBSTAR 미국 나스닥100 ETF의 경우 연 0.07%에서 연 0.021%로 대폭 낮췄는데, 이후 11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연금저축계좌로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의 ETF 상품을 10만원 이상 매수해 하루 이상 보유한 고객 100명에게 스타벅스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펼친다.
◇ETF도 위험자산 투자 비율은 70%
윤치선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에 투자할 3가지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퇴직연금 계좌에서 아무 ETF나 매입할 순 없다. 지수 움직임의 2배 수익을 노리는 레버리지 ETF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는 매수가 금지돼 있다.
윤 위원은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는 단기 매매를 하는 투자자가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가 필수인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매매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달러나 원자재 등 파생상품 위험 평가액 비중이 큰 ETF도 투자가 불가능하다.
또 퇴직연금 계좌는 특성상 주식 관련 위험자산 비율이 전체 자산의 70%를 넘을 수 없다. ETF도 펀드이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만약 1000만원이 들어 있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700만원은 주식 관련 ETF에, 300만원은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ETF 평가 금액이 1000만원이 되어 전량 매도하면 기존 현금과 합쳐 1300만원이 된다. 수익이 나서 매도한 자금 1300만원으로 ETF를 재매수하는 경우에도 위험자산 70% 룰은 지켜야 한다. 즉, 1300만원의 70%인 910만원까지만 주식형 ETF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ETF는 펀드와 달리 자동 매수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다. 펀드는 매달 특정일에 일정 금액을 넣게끔 시스템으로 미리 정해둘 수 있지만, ETF는 그런 식의 자동 투자가 불가능하다. 주식처럼 투자자가 셀프 매수하고 매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