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금 다 털어먹고 화병이 나서 지난 1년 동안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잤어요.”

70대 김모씨는 2년 전 옵티머스펀드에 3억원을 투자했다가 지난해 상환 중단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노후 대비용으로 만들어 놓은 전 재산이라 충격이 컸다. 평소 알고 지내던 증권사 부장으로부터 “국가에서 하는 사업에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며 옵티머스펀드를 소개 받았다. ‘사모펀드’나 ‘매출채권’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 못했지만 ‘안전하다’는 말만 믿은 게 화근이었다.

/그래픽=박상훈

김씨와 같은 6070세대는 금융 지식이 낮아 대형 금융 사건마다 피해자 명단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2011년)와 작년·재작년 사모펀드 원금 손실 사태 등 금융 사고 피해자 3만2000명 중 60세 이상 피해자가 1만4000명(44%)으로 집계됐다. 특히 DLF(파생결합펀드·51%)와 옵티머스펀드(54%)의 경우에는 피해자 가운데 절반을 넘었다. 우리나라 인구 중 60세 이상이 24%란 점을 감안하면 금융 사고 피해의 고령자 쏠림이 심각한 것이다.

5만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발생했던 2013년 동양증권 사태는 60세 이상 피해자가 1만1326명(22.9%)으로 절대적인 숫자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1인당 피해액은 70세 이상(5075만원)과 60대(3722만원)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았다.

◇평균 이하인 노령층 금융 지식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2018년 국민 2400명을 대상으로 금융 이해력 조사를 했더니 60세 이상의 금융 이해력 수준은 평균 56.9점이었다. 우리나라 평균(62.2점)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4.9점)보다 상당히 떨어진다. 특히 ‘정보에 근거한 금융 투자’ 항목에서 60대 이상은 33점으로 전 연령 평균(64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60세 이상은 어떤 금융 상품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년) 불완전 판매로 금융회사와 분쟁이 벌어진 투자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37%로 가장 많았다. 40~49세의 비중이 7%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80대 김모씨도 최근 라임펀드를 판매한 한 은행과 금감원에서 분쟁조정을 진행했다. 그는 2018년 시중은행을 찾아 “노후 자금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투자 원금은 보전해야 한다”며 금융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은행에서 김씨에게 안내한 상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위험 상품 라임펀드였다. 평생 시멘트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투자를 해 본 경험이 없는 데다, 시력도 안 좋아 은행 직원이 설명한 내용에 의존해 계약을 해야 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김씨는 ‘은행에서 안전한 상품이라고 했으니 문제가 있겠나’란 생각에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금융 취약 계층인 고령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하는 상품이 뭔지 모르고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금융 시스템도 급변하고 있어 고령자 금융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령층 금융 교육 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서울 25개 구청 중 올해 금융 교육 프로그램 실시가 예정된 건 5곳(20%)뿐이었다.

◇금융 문맹이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3.4%로 OECD 평균(14.8%)을 크게 웃돌았다. 노인 빈곤율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이 중위소득 50% 이하인 노인 비중을 뜻한다. 한국 노인 10명 중 4명 이상은 빈곤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미국(23.1%)과 일본(19.6%), 영국(14.9%), 독일(10.2%), 프랑스(4.1%)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문맹이 빈곤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8년 금감원 등의 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5000만원 이상인 그룹의 금융 이해력은 66점으로 연 3000만원 미만 그룹의 점수(58점)보다 8점 높았다.

금융위원회가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 교육 실태 조사(2019년)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본인의 소득수준을 ‘중하 이하’로 평가한 경우 ‘금융 지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84%였다. 전체 평균(77%)보다 높았다. 정부·공공기관의 금융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여부도 소득 ‘중상 이상’인 경우 25%가 ‘알고 있다’고 했지만, ‘중하 이하’인 경우 12%로 절반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