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지갑을 열고 손쉽게 살 수 있는 중저가 의류인 유니클로. 올 들어 한국에선 13개 매장이 줄폐점하는 등 수모를 겪고 있지만 주식 시장에선 얘기가 다르다.

유니클로 주식은 오로지 거액 자산가들만 플렉스(돈쓰기, 돈자랑)할 수 있는 최고가 명품 주식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주주가 되려면 최소 1억은 갖고 있어야 한다.

유니클로는 모(母)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이 도쿄 증시에 상장되어 거래되고 있다.

15일 도쿄 증시에서 패스트리테일링 종가는 9만5390엔이었다. 그런데 일본 증시는 100주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가 유니클로 주식을 사서 증권 통장에 꽂으려면 최소 950만엔(약 9900만원)이 필요하다.

중국 상하이의 유니클로 매장. 유니클로 주식은 너무 비싸서 '아무나 주주가 될 수 없는 기업'으로 불린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의류업체이지만 일본 증시에서 시가총액 순위는 당당히 6위다(참고로 1위는 도요타).

지난 달 패스트리테일링 주가가 11만엔을 넘었을 땐 자라(ZARA)의 모회사인 스페인 인디텍스 그룹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의류회사로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로 타격을 받았지만, 유니클로는 불황일수록 강하다는 진면목을 보여줬다. 비수익 매장은 과감히 정리하고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잘 이겨내면서 주가가 승승장구했다. 올 들어서는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최근 1년 간 패스트리테일링 주가는 207% 올랐다. 같은 기간 닛케이평균 상승률(175%)을 압도한다.

박주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주식 시장은 아직 100주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유니클로 주식(패스트리테일링)을 사려면 1억은 필요하다”면서 “개인 투자자 참여 활성화를 목표로 일본거래소가 최소 거래 단위를 100주에서 1주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지만 진행 속도는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 리테일링 회장.

최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패스트리테일링은 오랫 동안 주식 액면 분할에 반대해 왔으며 앞으로도 액면 분할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무나 살 수 없는 넘사벽 주식이라서 그런지, 주주 리스트가 상당히 화려한 점도 눈길을 끈다.

작년 10월 말 기준으로 야나이(柳井) 다다시 회장(21.6%)을 비롯, 야나이 오너 일가가 33.2%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14%를 갖고 있고 일본 마스터 트러스트 신탁은행(주요 주주가 미츠비시UFJ 은행)이 지분 20%를 보유 중이다. 개인 소액 주주 비중은 4%가 채 되지 않는다.

배당금은 생각보다 썩 높지 않다. 1년에 두 차례 배당하는데, 2019년과 2020년에는 240엔씩, 총 480엔을 지급했다.

지난 1월 전 세계 두 번째 규모의 플래그십 점포인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문을 닫았다. 유니클로는 올해 글로벌 매장 60곳을 정리하겠다고 했는데, 폐쇄되는 점포 대다수가 국내 매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