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현상 속에 연초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식시장이 소강 상태를 보이면서 시중에 갈 곳을 잃은 돈이 쌓여가자 은행들이 ‘파킹통장’을 속속 출시하며 대기자금 확보에 나섰다. 파킹(parking)통장은 차량을 잠시 주차하는 것처럼 돈을 하루만 맡겨도 일반 통장(금리 연 0.1~0.2%)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금융 상품이다.

작년 6월 국민은행이 출시한 ‘마이핏통장’은 파킹통장의 선두 주자다. 이 통장은 출시된 지 8개월 만에 가입자 28만명(잔액 3633억원)을 확보했다. 마이핏통장은 최대 200만원까지 연 1.5% 금리를 제공하는데, 가입 대상은 만 18세 이상 만 38세 이하 ‘MZ세대(1980년대 초반 이후 출생한 세대)’다. 우리은행도 작년 9월 1000만원까지 최고 연 1% 이자를 주는 ‘마이원(WON)포켓’이란 파킹통장을 선보였다.

인터넷 전문은행들도 파킹통장 경쟁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케이뱅크는 작년 7월 조건 없이 연 0.6% 금리를 적용하는 파킹통장 ‘플러스박스’를 내놨다. 플러스박스는 맡겨둘 수 있는 한도가 1억원으로 다른 은행들보다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케이뱅크 수신액은 작년 6월 1조8500억원에서 올해 2월 6조84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상당액이 플러스박스를 통해 확보한 수신액이다.

파킹통장 경쟁엔 저축은행과 지방은행까지 가세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1일 하루만 맡겨도 연 1.6% 금리를 주는 ‘뱅뱅뱅파킹통장 369정기예금’을 내놨고, 출시 3일 만에 500억원을 모집했다. 올해 2월 초 페퍼저축은행은 연 2% 금리를 주는 ‘페퍼룰루 파킹통장’을, 전북은행은 지난 2일 ‘MY금고’를 출시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MMDA) 잔액은 2월 말 기준 113조4378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17조308억원(17.7%) 증가했다. 언제든 돈을 넣었다 뺄 수 있는 MMDA가 늘어났다는 것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돈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