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은 작년 10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스타트업 투자 유치 행사를 개최하고 벤처 창업가들과 디지털 혁신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 IBK기업은행 제공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지난달 18일 서울 을지로 본점 10층 대회의실에 은행 모든 임원과 부서장을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윤 행장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디지털 혁신’이었다. 그는 “빅테크, 핀테크기업의 금융산업 진입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전환은 이미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면서 “단순 기술 도입과 데이터 적용 문제가 아닌 ‘기업 문화의 재창조’로 인식하고 디지털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상반기 중 디지털혁신위 신설…AI로 대출 심사 기간 단축

‘디지털 혁신’은 기업은행의 올해 업무계획에 곧바로 반영됐다. 우선 올해 상반기 중 은행장 주재 디지털혁신위원회가 신설된다. 기업은행은 디지털혁신위원회를 통해 디지털 전환이 자연스러운 업무 방식이 되도록 유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고객과의 교감, 업무 프로세스 및 서비스 개발, 인적 역량과 조직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친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며 “기업 심사, 고객 상담 등 은행 핵심 분야의 디지털 전환, 빅테크·핀테크 제휴 등 디지털 생태계를 확충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경우 기업은행의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 CEO와 근로자의 요구에 맞게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스타트업들과 연계해 여러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IBK창공’이라는 창업 공간을 마련해 스타트업들을 육성하면서 협업해나가는 중이다. IBK창공은 2017년 마포를 시작으로 구로, 부산 등 총 3곳에 설치했다. 이 곳을 통해 기업은행은 작년까지 총 243개의 혁신창업기업을 육성했고, 현재 64개 스타트업을 육성 중이다. 작년 말 기준 금융 1867억원(투자 1300억원, 대출 567억원), 비금융 2581건(멘토링, 컨설팅)을 지원한 상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핀테크와 협업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금융에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9월 기업은행은 스타트업과 함께 주소 입력만으로 3분 안에 대출 가능 금액이 산출되는 ‘AI 부동산 자동심사 시스템’을 개발했다. 같은 해 11월엔 신분증 제시 없이 스마트폰 인증으로 실명 확인이 가능한 ‘IBK 디지털 본인 인증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 밖에도 기업은행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 소상공인 금융 지원 프로그램에 기업대출 서비스를 완전 비대면화했다. 또한 소상공인 전용 앱(App)인 ‘아이원(i-ONE) 소상공인)을 출시했다. 하나의 앱으로 개인 및 기업 계좌 조회·이체는 물론 노무, 법률, 세무 등 경영 업무도 지원한다. AI 기반 여신심사 사후 검증도 자동화해 여신심사 서류 사후 검증 소요 시간을 평균 8~10주에서 3~4일로 대폭 단축했다.

◇ESG 금융 상품 잇따라 출시...’기업은행 역할도 달라져야”

기업은행은 일자리 창출, 창업기업 육성 등 다방면에서 ESG 관련 활동을 해왔다. 올해 1월엔 ‘ESG경영팀’을 신설해 보다 체계적으로 경영에 접목하고 있다. 우선 새로 도입하는 업무용 차량 전체를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하고, 전자문서 사용을 늘렸다.

기업에 대출을 해주거나 투자를 할때도 그 기업이 ESG 활동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를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늘푸른하늘대출’은 정부의 미세 먼지 저감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에너지, 환경 기업에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태양광발전시설 자금대출’,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는 기업을 위한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에 금리 우대를 해주는 ‘사회공헌기업보증협약대출’도 내놨다.

기업은행은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총 3조5860억원 규모의 ESG 채권도 발행했다. 이 재원을 기반으로 ESG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이 밖에도 일자리채움펀드, 그린컨설팅 등 중소기업의 ESG 활동을 지원하는 비금융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 지원 소임은 변하지 않지만 시대적 흐름에 맞춰 기업은행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며 “과거 고도성장기의 국민경제 지렛대 역할, 경제위기의 버팀목 역할을 넘어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고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마중물 역할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