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액이 100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공무원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병정 개미'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2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월 성인 남녀 1000명에게 ’2020년에 주식 투자를 경험했느냐'고 물었더니, 공무원 응답자의 63.8%가 ‘그렇다’고 답했다. 월급쟁이인 직장인(56.6%)이나 자영업자(47.6%) 등 3개 직업군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고액 투자, 공무원이 직장인·자영업자보다 많아

‘공무원은 박봉'이라는 말이 옛말이 되긴 했어도 아직도 대기업에 비해선 월급이 처진다고 하지만, 주식시장에선 공무원들이 상대적으로 ‘큰손’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 응답자의 19.7%는 지난해 주식 투자 금액이 5000만원 이상이었다고 답했는데, 이는 같은 질문에 대한 자영업자 응답(8.8%)의 2배가 넘는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의 평균 세전 소득은 연 6468만원이었다.

김진웅 100세시대연구소장은 “보수적일 것 같은 공무원이 오히려 주식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반면 자영업자는 직업군 중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코로나로 인한 어려운 형편이 간접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코로나 충격 덜해 자산 운용 여유

코로나 쇼크에도 가계 재정에 타격을 입지 않은 직업군은 역시 공무원이었다. “코로나 이후 가계의 저축이나 투자액이 증가했느냐”는 질문에 공무원들은 28.8%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각각 15%, 11%에 그쳤다.

공무원 응답자들은 올해도 적극적인 자산 관리에 관심이 높았다.

공무원 응답자의 40%는 “올해 주식 투자나 저축을 더 늘리겠다”고 했는데, 근로자(36%), 자영업자(24%)와 비교하면 이 역시도 높았다.

또 “올해 늘어난 소득이나 여유 자금은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하겠다”는 응답 비율도 공무원이 27.5%로 3개 직업군 중에 가장 높았다. “올해 해외 주식 투자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 비율도 공무원이 41.3%로 가장 높았다.

50대 공무원인 이모씨는 “작년 코로나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누구나 다 아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우량주에 투자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면서 “은퇴가 임박한 시점에 주식 투자는 위험하진 않냐고 하지만, 든든한 공무원 연금이 지켜주니 걱정 없다”고 했다.

김은혜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원은 “공무원은 직업 특성상 평생 안정적인 소득 흐름이 있어 주식 투자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시중은행 대출 금리도 우대를 받아 연 1% 안팎으로 낮으니 이를 활용해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익률 높은 종목 장기 투자 선호

지난해 여의도 증권가에선 한 경기도 공무원의 80억 주식 대박 뉴스가 화제였다. 40대 공무원이 지난해 국내 주식 상승률 1위(1613%)였던 신풍제약에 투자해서 80억원을 벌고 사직서를 냈다는 내용이었다.

월급쟁이가 주식 투자 대박으로 은퇴하는 것을 꿈꾸듯, 공무원의 44.5%는 “주식 투자를 할 때 기대 수익률이 연 20% 이상”이라고 답했다.

지진선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공무원은 응답자의 절반(52.4%) 이상이 5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겠다고 답했는데,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만큼 기대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다른 직업에 비해 높았다”고 말했다.

30대 경찰 공무원인 신모씨는 “50대 선배들이 ‘너희는 공무원연금이 절반 수준으로 삭감되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공무원들의 주식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