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주일 만에 4600만원에서 3400만원으로 녹아내렸어요. 바겐세일 같은데 현금이 바닥이네요.”

“평일 밤마다 미장(미국 증시) 호가창 끼고 살았지만 오늘은 연휴도 있고 하니 강제 취침하렵니다.”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날 오후에 먼저 열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모두 2~4%씩 추풍낙엽처럼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은 전날보다 4% 하락해 3만선 밑으로 떨어졌고 홍콩 항셍지수는 3.6%, 대만 자취안지수 역시 3%나 주저앉았다. 그나마 한국 코스피는 개인 투자자들의 3조7800억원에 달하는 강력 매수세로 2.8% 하락하는 데 그쳐 선방했다.

26일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은 전날보다 4% 하락한 28966.01로 거래를 마감하며 3주 만에 2만9000선이 붕괴됐다.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저마다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20대 투자자 A씨는 “바이든 정부가 재정 부양 목적에서 지원금을 쏘면 증시가 다시 위로 솟지 않을까 희망 회로를 돌려본다”면서 “앞으로 호가창 볼 시간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보고서라도 읽어야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투자자 B씨는 “항상 그랬듯 손해 보고 팔기엔 늦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변동성이 너무 크니 섣불리 매수도 못하겠다”면서 “박스권 국장(한국 증시)이 지겨워 미장으로 갈아탔는데 오히려 위아래로 요동치니 더 무섭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계획 중인 현금 지원금이 풀리면 뉴욕 증시에 유입될 개미 자금이 1700억달러(약 189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 공포로 증시가 급락했지만, 주식 시장 주변에 떠도는 대기 자금이 워낙 많기 때문에 큰 폭락은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미국의 머니마켓펀드(MMF)에는 4조6000억달러(약 5200조원)의 자금이 대기하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펴낸 설문 조사에서도 미국 개미들의 투자 열기를 엿볼 수 있다.

도이체방크가 미국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37%가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주식을 사겠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가 의회 통과를 추진 중인 1조9000억달러 규모 재정 부양안에는 미국 국민 대부분에게 1인당 1400달러(약 158만원)를 지급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

도이체방크는 정부 지원금이 개인들에게 지급되면 1700억달러(약 189조원)가 증시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미국 증시에선 고성장 기술주뿐만 아니라 경제 재개와 관련된 가치주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면서 “지금까지의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을 반영한 긍정적인 의미였지만 지금보다 더 금리가 올라가면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