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3년 전 그가 3연임에 나섰을 때 저지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금융 당국이 이번에는 조용합니다. 공식 언급조차 피하는 모습입니다.
김 회장은 지난 15일 하나금융 이사회가 공개한 회장 후보 4명 가운데 이름을 올렸습니다. 나머지는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이었는데 유력 후보였던 함 부회장이 채용 비리, 사모펀드 원금 손실 사태로 재판받는 중이라 조직 안정 차원에서 김 회장의 연임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 회장 선임의 1차 책임은 사외이사들, 2차 책임은 주주들에게 있다”며 “감독 당국은 검사로 얘기해야지 누가 되고 안 되고를 말할 입장은 아니다”고 했습니다.
금감원의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연임하더라도 임기가 1년에 그칠 것이라 별도로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하더군요. 하나금융 내규에 따르면, 만 70세까지만 회장직을 역임할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이 69세입니다.
금융 당국이 목소리를 낮추자 금융권에선 ‘관치(官治)금융’ 비판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3년 전 김 회장의 3연임 당시에는 금융 당국이 저지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회장 선임 일정을 연기하라는 요구도 했었죠.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일정을 그대로 진행해 김 회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금융 당국이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금융 당국이 나서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금감원 관계자의 말처럼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 선정은 이사회와 주주들의 선택입니다. 잡음이 나지 않는다면 금융 당국이 등장할 장면이 아닙니다. 하나금융이 잡음 없이 순조롭게 기업 가치와 주주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