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40대 맞벌이입니다. 얼마 전 남편 앞으로 백화점 설날 선물이 왔는데 근사한 한우 세트더군요. 10만원은 넘어 보였습니다. 남편에게 무슨 선물이냐고 물어봤더니, 증권사에서 그냥 보내준 것 같다며 말을 흐립니다.
하지만 아무리 돈 많은 증권사라도 아무 고객에게 백화점 한우 세트를 보내는 건 아니잖아요. 남편이 주식 투자를 하는 건 알고 있지만, 혹시 저 모르는 비자금은 아닌지, 아니면 저 몰래 빚까지 내서 거액을 굴려 증권사의 VIP 고객이 된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주식을 1억원 어치 굴리는 친언니에게 물어봤는데, 본인은 명절 선물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거든요.
A. 지난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의 명절 선물 인심이 올해 아주 후해졌다고 합니다. 지점별로 배정되는 고객 선물용 예산이 예년보다 10~30%씩 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반가워야 할 명절 선물이 오히려 부부 갈등의 씨앗이 되었군요. 과연 미스터&미스 재테크 상담소 연구원들은 어떤 해답을 제시할까요? 연구원들은 현재 증권사에서 일하고 있는 4050 남녀 직장인들입니다.
①40대 남성
추운 날씨에 갈비 세트를 들고 지점 VVIP고객에게 찾아갔는데, 사모님이 문을 안 열어줘서 집 앞에서 한참 서 있었던 악몽이 떠오르네요.
“그렇게 주식하지 말랬는데 몰래 했다”고 소리치면서 화를 내시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당시 너무 황당했었는데 (제 입장에선) 사모님이 아무리 거부해도 지점의 VVIP라서 선물을 꼭 드려야 했죠.
문 앞에서 “사모님, 이거 정말 비싸고 맛있는 갈비입니다!” 하면서 계속 받아 달라고 애원했더니 사모님이 마지 못해 “문 앞에 두고 돌아가세요”라고 하더군요. 아, 그 남편분요? 선물 옵션으로 1억 잃은 고객분이셨습니다.
②40대 남성
증권사는 절대 수익 없는 곳에 힘이나 돈을 쓰지 않습니다. 자본주의의 꽃, 절정판이니까요.
본사에서 지점으로 선물 비용이 배정되면 수익 기여도에 따라 선물도 차등적으로 지급됩니다. 한우 세트면 지점 수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봐야 합니다.
통상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거래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주문 내는 큰손 고객일 것 같습니다. 아니면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신용 매매일 수도 있겠네요. 희박하지만 바이오 등 장외 주식이나 자사주 상장으로 돈을 버셨을 수도 있어요.
③50대 남성
고객 선물 비용의 원천은 크게 회사 비용과 PB 개인 비용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자산 30억 이상인 고객인 경우 VIP로 분류되며 회사 차원에서 관리됩니다. 30억 미만 고객은 수익 기여도에 따라서 PB 개인 비용으로 관리됩니다.
지난해는 증시가 호황이어서 PB성과급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래서 관리 고객 선물 단가도 상향된 경향이 있습니다. 1억원 내외 투자자라면 빈번한 매매로 약정 수수료를 많이 지불하신 듯 합니다.
④40대 남성
지인이나 가족에게 본인의 주식 거래 여부를 알리고 싶어하지 않은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고객은 지점에서 선물을 보내드리겠다며 주소 확인 전화를 해도 선물은 절대 보내지 말라고 거부합니다. 배우자에게 증권사가 아니라 은행에 볼 일 보러 나왔다고 에둘러 말하는 것도 봤습니다.
통상 증권사 명절 선물은 회사 차원에서 드리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지점이나 계좌를 관리하는 직원이 개인 비용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고액 자산이나 (증권사 입장에서) 고수익성 자산을 운용하는 고객 위주로 선물을 드리게 됩니다. 사례의 경우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위 두 가지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⑤40대 남성
선물은 보내 줍니다. 고객 관리 차원에서 액수도 중요하지만 PB와의 관계, 거래 횟수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기 때문에 꼭 거래 금액이 거액이라고 한우를 선물하지는 않을 겁니다.
걱정이 된다면 남편과 대화로 풀어보면 좋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요즘 주식시장이 핫한데 당신이 투자하는 종목이 무엇이고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등등 주식에 대해 대화하고 조언을 얻으면 비밀의 벽이 무너지면서 자연스럽게 투자 규모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⑥40대 남성
증권사 PB에게 최고의 주식 고객은 자산 규모도 중요하지만 매매를 많이 하는 고객입니다. 자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주식을 사고 파는 정도를 나타내는 회전율이 없다면 수익은 낮거든요.
물론 남편분께서 거액의 빚을 지고 주식투자를 하고 계실 수도 있겠지만, 회전율이 높다면 소액 계좌로도 충분히 선물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작년에 시장이 좋아서 남편분 계좌 잔고가 확 커졌을 가능성도 있으니 다가오는 명절에 한우 세트 맛있게 드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⑦40대 남성
비자금 의심을 하기 보다는 부부가 서로 보유 중인 계좌를 오픈하면 되지 않을까요? 만약 남편분 계좌에 벌이보다 많은 금액이 들어 있다면, 남편을 칭찬해 주어야 하는 상황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