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이 9일 한국 청년 세대의 ‘동학 개미 운동’을 집중 조명하면서 배경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동학 개미 현상으로 한국의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실물경제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조정 국면이 오면 청년층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이날 ‘주가상승 한국, 청년층 투자열풍'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주가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연초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활황의 주역은 ‘동학 개미’라는 새로운 조어로 불리는 청년들”이라고 했다.
◇”지금 수입으론 아파트도 못 사고, 교육비도 조달 못해”
“상사의 눈을 속이고 다들 하고 있어요.”
아사히는 근무 중 컴퓨터로 상사 몰래 주식 관련 정보를 찾아본다는 중소 전자부품 업체에 재직하는 한 남성 A(28)씨 사례를 제시했다. 월급이 300만원 수준이라는 이 남성은 결혼해 아이도 갖고 싶지만 “지금 수입으론 아파트를 살 수도, 자녀 교육비를 조달할 수도 없다”고 했다.
금리가 낮다는 점도 주식시장에 돈이 몰린 한 배경으로 꼽았다. 아사히는 “10년 전 5% 전후였던 은행 예금 금리는 현재 1%를 밑돈다”며 “A씨도 ‘꾸준히 저축하는 의미가 없다’며 지난해 1월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A씨는 점심시간이면 회사 동료들과 주식 이야기로 흥을 돋운다고 했다. 투자금을 다 날린 지인도 있지만, 그는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했다. A씨는 ‘주52시간제’가 1월부터 중소기업에도 순차 적용되면서 “그간 받던 잔업비도 기대할 수 없고, 다른 의지할 것이 없다”고도 했다.
주식에 뛰어드는 청년층이 중소기업 재직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 매체는 “주식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은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서울의 유명대학에서 재벌기업에 취업한 승자들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오전 9시 장이 열리자 젊은 직원들이 화장실로 몰려드는 현상이 한국 언론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업무시간에 주식 매매를 하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아사히는 “이런 20~30대들은 ‘동학 개미’로 불린다. 외국인이나 기관에 대항하며 적은 밑천으로 투자하는 이들의 모습이 19세기 말 개국정책에 따라 조선에 들어온 외국 자본과 압제정치 등을 문제 삼으며 농민들이 일으킨 ‘동학농민혁명’과 닮았다는 점에서 이런 조어가 붙었다”고 했다.
◇ “일해도 보답 못 받는다” 불안 확산…거품 꺼지면 청년층 피해 클 것
이 신문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꼽았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20%나 오른 평당 4030만원으로 나타났다”며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보면 상승률은 약 75%”라고 했다.
이어 “부유층이 투자 목적으로 수도권의 물건을 차례차례로 구입한 것 등이 요인으로 여겨진다. 반면 2019년 1인당 국민총소득은 3743만원으로 2017년부터 4%밖에 늘지 않았다”며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증세와,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대책을 강구했지만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부지런히 일해도 보답받지 못한다’는 불안한 분위기가 청년층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다만, 실물경제가 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활황인 증시에 비해 지난해 한국 GDP 성장률은 –1%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연세대 양준모 교수를 발언을 인용해 “일본이 1980년대 말에 경험한 거품과 비슷한 상황이며, 머지않아 조정 국면을 맞을 것이다. 거품이 꺼지면, 특히 청년층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