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시기엔 홈런을 노리기보다는 단타가 최고라는 '사팔사팔' 투자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

“산이 높았으니 골도 깊겠죠. 불확실할 땐 ‘사팔사팔'이 정답이죠.”

“삼성전자만 사팔사팔하려고 추가로 계좌 만들었어요.”

코스피가 3100선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횡보하는 동안,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팔사팔’이 유행이다. 사팔사팔이란, ‘사고 팔고 사고 팔고'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초저금리 속 거대한 유동성 장세에서 거래를 짧게, 그리고 자주 해서 수익을 챙기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새롭게 등장한 사팔사팔 트렌드는 코스피, 코스닥 같은 지수의 당일 고점과 저점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4일 오전만 해도 코스피는 장중 3135.02까지 올랐지만 오후에는 3068.53까지 하락해 하루에도 66포인트를 오르락 내리락 했다.

주가 급등락이 심해지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지수는 이날 오후 전날보다 5.8% 상승한 33.1을 기록 중이다. 작년 말에만 해도 20 안팎에서 움직이던 공포지수는 지난 달 29일엔 35.73까지 급등하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증시 변동성이 커졌으며, 동시에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도 강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일보 DB

올해 삼성전자로 사팔사팔해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고수 P씨는 “지난 달 29일 코스피가 급락했을 때 삼전을 8만2000원에 500주 샀고 2일 전량 처분해 200만원 가량 수익을 챙겼다”면서 “그런데 오늘(4일) 삼전 주가가 그때 샀던 가격까지 또 내려와서 총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P씨는 “현재 한국 증시는 호재가 급하게 선반영되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인데, 개미들이 하방을 막고 있다”면서 “선수들은 모두 지금 쉬어야 하는 장이라는 걸 알지만, 삼전은 개미들이 지켜주고 있으니 사팔사팔로 접근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4일 오후 2시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8% 넘게 하락한 8만2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식투자 경력 20년차인 P씨가 개미군단의 힘을 믿고 사팔사팔을 한다고 말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이날 오후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 시장에서만 2조4000억원 가까이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코스닥에서도 3000억원 정도 순매수니까, 개미군단은 외국인과 기관의 총매도 공세에 2조5000억원을 쏟아 부으며 수비수로 맹활약 중이다.

투자자 박모씨는 “올해 내가 코스닥 우량 종목으로 사팔사팔해서 300만원을 버는 동안, 지인은 같은 종목을 존버한다면서 꾹 참고 들고 있는데 현재 주가는 지인의 평단가 근처까지 내려왔다”면서 “사팔사팔이건 장기투자건, 주식시장에서는 무조건 돈 버는 투자가 최고 아니냐”고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은 고의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팔사팔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익을 거두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어설픈 사팔사팔은 오히려 계좌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40대 투자자 임모씨는 “불안한 마음에 사팔사팔해서 까치밥 정도 수익을 보긴 했지만, 장기 투자 중인 자녀 계좌보다 성과가 좋지 않다”면서 “사팔사팔하면 마치 게임 하는 것처럼 짜릿하고 수익을 손에 쥐니까 주식하는 맛까지 있어 재미있지만, 그냥 쭉 묻어두는 편이 수익은 더 나올 것 같고,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개인들의 주식 열풍이 잠잠해지면 사팔사팔 투자의 효율이 떨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11일 코스피가 장중 3266까지 치솟았을 때는 전체 거래대금이 양 시장 합쳐서 65조원까지 가는 등 열기가 뜨거웠지만, 최근에는 30조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시장이 비교적 신중 모드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