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 이마트가 야구단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열린 26~27일 증시에서 이마트 주가는 7% 내렸다. 야구단 인수 소식이 나오기 전인 25일 18만3500원이었던 주가는 27일 17만10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26일 최근 3년간 최대 물량인 23만주를 던지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미스터마켓은 유통업 경쟁이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트가 대규모 스포츠 투자를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코로나 이후 재편되고 있는 유통업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존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오히려 야구단 인수에 1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했다”면서 “1300억원은 이마트 2개 점포를 출점하는 수준의 비용인데, 과연 시기 적절한 투자인지 의문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한국 스포츠 구단의 특성상 야구장 건설과 FA(자유계약선수) 영입 등으로 계속 현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고민이 주가 흐름에 반영됐다는 것이 편 부부장의 분석이다.
개인 주주들은 실적 호조 소식에 잘 달리던 주가가 야구단 이슈로 제동이 걸리자 못마땅한 기색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코로나를 등에 업고 연간 총 매출액 15조원 목표치를 달성했다. 이마트의 연간 총 매출액이 15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별도 기준 총 매출액은 15조5354억원으로, 1년 전보다 5.9% 증가했다.
이마트 주주 게시판에는 “돈 되는 유통업이나 신경 쓰지, 왜 돈 들어가는 야구단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냐”, “국내 야구단 중에 돈 되는 야구단이 있기는 하냐”,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롤(온라인 게임) 프로게임단을 인수하겠다면 이해하겠는데 뜬금없이 야구단이 뭐냐”는 등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마트의 미래 성장성을 믿고 1년 이상 장기 투자해 온 개인 주주들의 불만이 큰 편이다. 장기 주주 A씨는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를 해도 모자를 판에 야구단이라니, 돈이 남으면 차라리 자사주 매입이라도 하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지난 2011년 야구단 창단 후에 주가가 6배 올랐다면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소신 발언도 있지만 대세는 아니다.
지난 2018~2019년의 악령이 떠오른다는 이마트 주주도 있다. 지난 2018년 초 쓱닷컴 1조원 투자 소식에 32만원 고점을 찍은 이마트는 쿠팡 공세가 거세지면서 주가가 흘러 내렸다.
2019년 4월, 뚝뚝 떨어지는 회사 가치를 방어하겠다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총 241억원을 들여 자사주 14만주를 사들였다. 취득 단가는 17만1000~17만3000원 선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매수는 증권가에 있는 ‘오너의 자사주 매입은 바닥 신호'라는 속설을 뒤집은 사례로 남았다. 정 부회장이 241억원 어치나 주식을 샀다는 소식에 주가는 반짝 올랐지만, 이후 넉 달 만에 주가는 50% 가까이 하락했다. 실적이 뒷받침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장기 투자자는 “원금 대비 -60%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왜 그랬는지는 아래 주가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다.
코스피 3000시대에 이마트 주가는 간신히 18만원대에 올라서며 역전 홈런을 치는 듯했지만, 야구단 인수 소식에 연장전으로 돌입할 모양새다.
옆동네 카센터 동생은 작년 3월에 800억원 어치 자사주를 사서 1년도 안 돼 3배로 뛰어 대박을 터뜨리고 ‘투자의 귀재'라는 소리까지 듣는 마당인데, 유통업 강자 이마트는 과연 이번 야구단 인수로 어떤 식의 파괴를 보여주고 ‘판을 바꿔갈’ 것인지 주주들은 모두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