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9일 국회에서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이 통과됐습니다. 이 법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공정 경제 3법 중 하나인데,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 미래에셋, 현대카드 등 금융지주사로 묶여있지 않은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삼성·한화·현대차·미래에셋·교보·DB 등 여섯 그룹이 대상입니다. 한 금융 계열사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른 계열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위험에 대비해 충분히 자본을 쌓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취지는 좋지만 사실 법 통과 전부터 금융 계열사를 둔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논란이 많았습니다. 이미 금융 당국이 보험⋅은행⋅증권 등 업권별로 감독하고 있기 때문에 ‘옥상옥(屋上屋)’ 규제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은 이 법안을 밀어붙였고, 지금은 국무회의 의결 후 공포하면 6개월 뒤 시행되는 절차만 남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법을 시행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핵심인 건전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기준조차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당초 법 통과 전인 작년 12월 2일까지 끝내려던 ‘금융그룹 자본적정성 관리 방안 연구 용역’은 12월 말로 한 차례 미뤄졌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더 미뤄져 1월 말로 연기됐다고 합니다.

자본적정성이란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각 금융그룹이 어느 정도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으로, 금융그룹감독법의 핵심입니다. 보유해야 하는 자본금 수준이 과도하면 금융사들의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너무 적게 책정되면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 당국이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법부터 통과시킨 셈으로, 개문발차(開門發車·차문을 열고 출발한다는 뜻)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윤창현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대기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당의 압박에 밀려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법을 통과시킨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