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둔 요즘 글로벌 금융시장은 문자 그대로 ‘올타임 하이(alltime high·사상 최고치)’라는 축제 분위기에 들떠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대만, 멀리 유럽의 독일까지 주거니받거니 돌아가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코스피지수가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배당락을 맞은 2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42% 오른 2820.51에 마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29일 한국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4% 오른 2820.51에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이날 닛케이평균이 3% 가까이 급등하면서 30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전날인 28일엔 대만에서 주가 사상 최고치 소식이 전해졌고, 같은 날 독일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이런 현상을 여의도 증권가에선 ‘팩토리 랠리(제조업 국가 중심 상승장)’라고 부르고 있다. 제조업이 중심인 국가의 증시가 유독 강세를 보이는데, 이 현상이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코로나 때문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보고 기업들이 생산을 많이 줄였는데, 보복 소비나 백신 개발 등으로 소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재고는 줄어들고 세계 경기가 다시 생산을 늘리는 사이클로 진입했다”면서 “글로벌 제조업 경기 호조에 힘입어 수출 위주 국가들의 증시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키워드로 떠오른 ‘팩토리 랠리’

올해 유럽 증시에선 독일의 약진이 눈부시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회복세가 더뎌 올해 주식 농사가 신통치 않았지만, 독일은 유일하게 플러스 성과를 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독일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율이 47%에 달해, 세계 평균(30.5%)을 크게 웃돈다”면서 “백신 보편화로 글로벌 록다운(폐쇄)이 끝나면 생산 기지로서의 독일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코로나 대유행 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주요 기관들의 내년도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4.2%, 국제통화기금(IMF)이 5.2%다.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좀 더 낙관적이다. 모건스탠리는 6.4% 성장과 함께 V자형 회복을 내다봤고,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도 6% 안팎의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기업, 가계의 부채 비율이 높기 때문에 만약 코로나 백신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거나 혹은 예상보다 빨리 완화 정책을 끝내는 상황 등이 벌어지면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규제 이슈로 선호도 약해진 중국

그런데 정작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은 ‘올타임하이 랠리'에서 소외된 채,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압박하면서, 정치가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이유로 자국민을 포함한 투자자들의 심리도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다.

김종설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장은 “대미 관계 개선이 아직 불확실한 데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피해도 전 세계 국가 중에 가장 적기 때문에 안도 랠리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라며 “중국은 내수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현재 대미 수출이 국내총생산(GDP)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까지 하락했다”고 말했다. 한국이나 독일, 대만 등 다른 제조업 강국과 달리 수출 기대감을 통한 전고점 돌파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강구현 미래에셋대우 도곡센터 PB는 “중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이유는, 대표 지수인 상하이지수가 국영 기업, 공기업, 은행 등 중후장대 산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기술주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선전지수는 나스닥처럼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