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펙(존경한다의 의미), 개미!!!”

17일 한국전력 주가가 10% 넘게 올라 2만6000원에서 마감하자, 여의도 증권맨들 사이에서 이런 탄성이 터져 나왔다. 대형 운용사 임원 A씨는 “올해 한전 주식을 줄기차게 사오면서 버틴 개미들이 이날 주가 급등으로 즐거운 저녁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코스피 사상 최고치 시대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아 일명 ‘돌부처 주식'으로 불렸던 한전이 정부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발표 호재로 이날 주가가 급등했다.

공기업인 한전 주가는 지난 3월 코로나 악재로 1만5550원까지 하락하는 등 올 한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줄기차게 매도해 왔는데, 놀랍게도 개인들이 거대한 물량을 전부 받아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개인 순매수 금액 기준으로 8위다. 개인들이 총 10조원 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같은 성장성 있는 주식도 아니지만, 개미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개미들의 나홀로매수로 한전은 9월 말 기준 개인 주주 수가 56만명을 돌파해 1년 전보다 34% 늘어났다. 3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엔 38만명 정도였는데 해마다 늘어나더니 어느새 역대 최대치다.

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전경.

증권가에서는 한전을 매수하는 개미들이 올해 주식시장에 처음 입성한 20~30대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중년층이라고 보고 있다.

2030 청춘들이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미래 성장주를 사모을 동안, 아재들은 한전에 러브콜을 보내며 적극 매수했다는 것이다.

월별 기준으로 살펴보면 아재개미들이 한전 주식을 가장 많이 산 시기는 7월이다. 당시 한전 주가는 1만90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편, 17일 주가 급등으로 상당수 개미들은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이날 개인들은 1400억원 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는데, 이 물량은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000억, 300억원씩 받았다.

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만 해도 한전 주가는 4만5000원 안팎이었고 배당금도 790원이나 줬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올해, 한전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배당금도 최근 2년간 나오지도 않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것이 원인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력구입비 연동제와 환경요금 분리 부과가 모두 반영될 경우 원칙적으로 적정투자보수 수준의 안정적인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이익 가시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가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 한전의 적자를 보전해 주기로 했다. 사진은 월성 원전 1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