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고(年末高) 파도에 올라타라!

요즘 일본 투자자들 사이에선 연말고(年末高) 기대감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일본 증시에는 ‘여름 하락장, 연말 상승장(夏枯れ相場, 年末高)’라는 속설이 있다. 여름에는 휴가를 떠나는 시장 참여자들이 많아 거래가 감소하는데, 매매가 줄다 보니 작은 변수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려 하락하기 쉽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면 평균적으로 연말로 갈수록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강해 ‘연말고'라고 부른다고 한다.

25일 오전에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 넘게 오른 26706.42로 거래되면서 연중 최고점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로이타에 따르면, 이는 버블 붕괴 직후인 지난 1991년 5월 이후 최고치다.

전날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사상 처음 3만선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세계 3위 규모인 일본 도쿄증시의 대표지수인 닛케이225 지수가 지난 1991년 버블 이후의 최고치를 연일 경신 중이다. 사진은 25일 일본 도쿄 시내의 주가 전광판 앞을 행인이 지나가는 모습.

최근 투자의 대가인 워런버핏이 일본 5대 종합상사 주식에 7조원 넘게 투자하는 등 글로벌 큰손들의 일본 증시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지만, 한국에서 일본 투자 선호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2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미국 주식 보관잔액은 47억달러였지만 최근에는 300억달러로 538%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주식 투자 규모는 16억달러에서 23억달러로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간접투자인 일본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7%에 육박해 주요국 중에 성과는 최상위권이지만, 자금은 계속 유출되어 전체 설정액은 1840억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테마펀드의 성과가 좋았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일 기준 ‘한국투자일본4차산업혁명펀드'의 6개월 수익률이 52%에 달해 가장 높았다. 의료, 교육, 방송, 금융, 행정 등에서 온라인화 같은 구조적인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운용은 일본 최대 운용사인 에셋 매니지먼트 ONE에서 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편입 종목으로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스마레지(Smaregi)의 비중이 5.2%로 가장 높고 클라우드형 명함관리 업체 산산(Sansan), 데이터분석업체 유자베이스(Uzabase), 일본 온라인 전업 보험사인 라이프넷 보험, 인쇄통신판매업체인 라쿠스루(Raksul) 등이 있다. 환헤지는 하고 있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온라인, 전자 결제 관련 기업들과 헬스케어 테마 종목들의 높은 주가 상승이 펀드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됐다”면서 “자율주행과 스마트 농업은 코로나로 외출이 크게 줄어서 예상보다 변화가 느린 상황이지만 의료, 핀테크, 미디어 부분 성장이 좋고, 특히 핀테크 분야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위는 ‘한국투자 킨덱스 일본 레버리지 ETF’로 33%였다. 레버리지 상품은 지수 상승분의 2배로 수익률이 달라지는 데다 일본 증시가 이달에 특히 급등했기 때문에 1개월 수익률은 12%가 넘는다. 이밖에 KB운용과 신한BNPP운용, 미래에셋운용이 굴리는 일본인덱스펀드가 대부분 24~25% 정도의 성과를 올렸다.

지난 9월 출범한 일본 스가 정권은 정부 부처의 디지털화, 마이넘버 보급 확대 등 아베 정권에 이어 IT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22일 스가 총리가 G20 온라인 회담에 참석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