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들어온 대출 접수는 꼭 오늘 내에 처리해야 합니다.”

지난 19일 한 시중은행의 사내 전산망에는 이런 ‘긴급’ 알림이 수시로 떴다. 은행 직원들한테는 “시간 외 근무를 해서라도 받아둔 서류는 꼭 전산에 등록해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정부가 경기 김포,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 대구 수성구를 다음 날부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혹시 규제 시행 후에는 대출이 어려울까 걱정한 고객이 몰린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 규제 지역으로 지정된 곳 인근 은행 직원들은 밤 7~8시까지 남아 서류를 입력해야 했다.

부동산 관련 대출은 기본적으로 ‘매매 계약일’에 따라 어떤 규제가 적용되는지 결정된다. 예컨대 지난 19일까지 김포의 집을 사는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금을 이미 주고받은 사실을 입증한다면, 규제 지역으로 지정된 20일 이후 대출을 신청해도 비규제 지역 기준으로 대출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예외도 있다. 예컨대 1주택자가 집을 한 채 더 살 때가 그렇다. 규제 지역에서는 ‘대출 이후 6개월 내 예전에 살던 집을 팔고, 새로 산 집에 입주하겠다’는 약정서를 써야만 은행이 대출을 내준다. 만약 이런 약정을 못 지키면 대출이 회수된다. 그런데 이런 규제가 적용되는지는 매매 계약일이 아니라 대출 신청일에 따라 정해진다. 이번에 규제 지역이 된 부산의 경우 19일 이전에 매매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하더라도, 20일 이후 대출을 신청하면 약정서를 써야 한다. 조만간 새로 산 집에 입주하기 어려운 사람은 19일 내에 대출 신청까지 반드시 마무리해야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김포·부산 등의 은행 지점들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A은행 관계자는 “지난 19일까지 서류를 접수한 고객들이 불이익받는 일이 없도록 모두 전산 등록을 완료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담사들도 ‘오늘 접수한 건 반드시 긴급 처리해달라’고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대출 업무를 처리하느라 부산 등에 있는 상당수 지점들이 저녁 늦게까지 문을 닫지 못했다고 한다.

해당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밤늦게까지 불을 밝혔다. 부산 수영구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규제 지역으로 묶인다는 발표가 나오면 ‘집값 떨어진다’며 계약이 잘 안 됐다”면서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규제 지역이 되면 대출이 줄어드니 ‘대출 넉넉히 나올 때 빨리 도장 찍자’면서 거래가 잘 성사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제로 부산은 10월 들어 매매가 크게 늘었다. 이 지역에선 “쓸 만한 집들은 서울 등 외지에서 온 부자들이 사들인다”는 말이 돌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부산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7762건으로 9월(5596건)보다 38.7% 증가했다. 남구(739건)는 한 달 전보다 거래량이 70.7% 치솟았고, 해운대구(1467건)와 수영구(448건)도 9월 대비 40%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동래구(731건)와 연제구(505건)까지 신규 조정대상지역이 된 5개 구 모두 매매가 활발히 이뤄진 것이다.

특히 수영구는 외지인이 사들인 매매 거래 비중이 9월 13.8%에서 10월엔 19%로 늘었다. 해운대구도 같은 기간 외지인 거래가 15.7%에서 18.5%로 늘었다.

수도권에서는 ‘비규제 프리미엄’으로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한 김포의 경우 지난달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가 2373건으로 9월보다 37% 늘었다. 외지인 매입은 1055건으로 전달(701건)보다 50% 증가했고,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5%였다. 서울의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전세 수요자 일부가 김포 아파트 매수에 나섰고, 규제가 느슨한 점을 노린 갭투자 수요도 몰리면서 집값이 올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