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제안하고 주도한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19일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밀실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재벌 특혜 논란에 대해선 “(재벌 특혜가 아니라) 항공 산업 발전을 위한 항공업 특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진칼·대한항공 주주들이 부실 기업을 왜 떠안아야 하는지, 아시아나항공을 위기로 몰아넣은 기존 경영진들에 대한 책임은 묻진 않을 것인지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연못에 있는 개구리는 등이 터진다”며 밀실 협의 의혹을 강하게 반박했다. 항공사 빅딜 방안이 발표된 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이사회 의장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수시로 만나 항공사 빅딜을 수시로 논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김 전 위원장과 내가 수시로 연락해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보도가 됐지만, 금융감독위원회 재직 이후(2004년) 김 전 위원장과 통화하거나 만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 전 위원장은 (나와) 좋은 동창이긴 하지만 막역한 사이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선 산은이 향후 한진칼 주주가 됐을 때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혈세를 투입해 재벌에 특혜를 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항공 산업 발전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특혜는 항공운송업에 대한 특혜고, 경영진도 성과가 없으면 퇴출된다”고 말했다.
산은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각각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을 선임하기로 하는 등 한진칼과 7대 의무 조항을 정해 합의서를 체결했다. 또 의무 이행을 위해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등을 담보로 잡았다. 조 회장의 다른 가족들은 항공관련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로 해 조 회장 동생인 조현민 씨는 한진칼 전무에서 사임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경영 성과가 없으면 조 회장 지분을 강제 처분해 퇴출시키겠다”고 했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강성부 KCGI 대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회장은 “조 회장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강 대표는 면담을 요청했지만 밀실 야합으로 왜곡될 위험이 있어서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회사와 협의하다 보니 경영권과 지분을 갖고 있는 조 회장과 협의했을 뿐”이라며 “반대로 강 대표가 경영권을 갖고 있었다면 협상했겠지만, 강 대표는 사모펀드 대표로 자신의 돈이 0원인데 산은이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진칼은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는데, KCGI 측은 기존 주주들에게 먼저 신주 인수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최대현 부행장은 “일반적인 유상증자는 2개월 이상 소요돼 긴급히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 18일 한진칼의 신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최 부행장은 “법률적 이슈는 충분히 검토했다”며 “다만 법원에서 가처분 인용이 되면 이번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고 차선의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양대 항공사 경영 정상화 작업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각이 무산되면 기존 계획대로 아시아나는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우리 국적 항공사들은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며 항공운수업 재편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했다. 그는 “대호황 이후 찾아온 코로나 위기 직격탄으로 전 세계 항공운송 산업은 붕괴 위기에 처했고 대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번 딜을) 우리 국적사가 살아남기 위한 결단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