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에 놓인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빅테크·핀테크 지급·결제 관리감독권을 금융위원회가 맡아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마련되면서 기존 금융권 지급결제 업무를 담당하던 한국은행과 금융위가 정면 대치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반대로 한국은행이 이 문제를 맡아야 한다는 법 개정안이 나올 예정이다. 금융위와 한은의 대리전 양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두 기관이 끝내 협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서로 상충하는 내용을 담은 두 법안이 각각 발의돼 결국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한쪽 손을 들어주는 식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챙겨라” Vs “한은이 맡아야”…정반대 법안 발의

18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해 공동 발의에 들어갔다. 이 개정안은 한은법 제81조 지급결제제도 관련 조항에 “디지털 지급거래 관련 지급결제제도 마련과 시정요구, 검사 등 전반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한국은행에 부여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 디지털 금융거래가 급증하고 있는데 지급결제제도 전반에 대한 책임과 권한소재가 명확하지 않으니 한은에 맡기자는 것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지급결제 업무는 결국 발권력이 있는 최종대부자가 가져야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반대로 금융위가 이 문제를 챙겨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역시 초안 작업을 끝낸 상태다.

개정안 내용에는 ▲디지털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적인 관리와 함께 빅테크의 외부청산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할 것, ▲전자지급거래청산시스템을 금융위원회가 지정하도록 할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네이버페이에 충전해둔 돈으로 네이버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벌어지는 지급·결제 행위를 누구도 별도로 챙기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다른 은행 거래처럼 금융결제원을 통해 들여다보면서 관리·감독하겠다는 것이다.

윤관석 의원(국회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양경숙(국회 기획재정위·더불어민주당). 두 의원은 전자금융 지급결제 관리·감독권을 금융위와 한국은행 중 어디가 가져가야할지에 대해 서로 반대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금융위-한은, 빅테크 앞세운 영역 다툼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보유한 선불 충전금은 2019년 기준 1조7000억원. 이들을 통한 자금거래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마련하는 등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속도가 나지 않자 정부입법 대신 의원입법 형식으로 최근 방향을 틀었다.

금융위는 빅테크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으로 2018년 중국이 알리페이 등 온라인 결제 플랫폼의 청산결제 업무를 전담하는 별도의 ‘온라인 지급청산기관’인 왕롄(網聯·Nets-Union)을 설립한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빅테크의 ‘지급-청산-결제’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빅테크가 보유한 이용자의 충전금 등이 내부자금화되는 것을 막는 등 관리·감독 필요성이 커졌음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필요 없는 것을 만들어 정부가 영역을 확장하려는 게 아닌데, 엉뚱한 논란이 빚어져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은 금융위가 전자금융을 빌미로 금융결제원을 장악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1986년 한은과 시중은행 10곳이 출자해 만든 기관으로, 한은이 사원총회 의장기관 역할을 해왔다.

금융결제원장 자리도 이제까지 한은 출신이 맡아왔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금융위 출신(김학수 상임위원)에게 자리를 뺏기면서 영역 다툼의 서막이 올랐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금융위가 마련한 개정안은 한국은행법에 따라 한은이 수행하고 있는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 업무와 충돌이 불가피하다”면서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에 역량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두 기관이 갈등하는 모습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