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우선주’로 대표되는 고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종목 이름 뒤에 ‘우’가 붙어 있다. 보통주에는 의결권, 이익 배당 청구권, 잔여 재산 분배 청구권 등 세 가지 권리가 있는데 우선주는 이 가운데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더 받는 주식을 말한다. 최근 미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코로나 백신 개발 기대감 등에 힘입어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전망되는 것도 고배당주에는 호재다. 기업 이익이 증가하면 배당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주' 앞세운 고배당주… 실적 개선 힘입어 강세

보통 연초에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보통주의 의결권 가치에 관심이 쏠리지만, 연말로 갈수록 우선주의 배당 매력이 주목받는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5~2019년) 평균적으로 ‘코스피 고배당지수’ 수익률은 11월 셋째 주에 저점(低點)을 찍고 오르기 시작해 12월 셋째 주에 정점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들이 연말 배당 수익에 관심을 갖고 우선주 등 고배당주를 사 모은다는 뜻이다.

지난 3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대대적인 경제 봉쇄 조치로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던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도 우선주를 비롯한 고배당주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코스피 상장사들의 12개월 예상 영업이익은 17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난 5월 말까지만 해도 150조원에 그쳤는데 6개월도 안 돼 20%나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말 28조3000억원까지 떨어졌던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현금 배당액(보통주) 추정치도 이달 들어 29조2000억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28조2000억원)보다 3.5% 늘었다. 올해 영업이익 대비 현금 배당액 비율은 21.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 이재만 연구원은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현금 배당액 추정치가 3% 넘게 증가한 것은 꽤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배당 수익의 장점이 부각되는 면도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기준으로 코스피 배당 수익률에서 3년물 국채금리를 뺀 수치(과거 1년 평균)가 1.38%인데, 이는 지난해 말(0.98%)과 2018년 말(0.16%)보다 크게 벌어진 것이다.

◇"이익 추정치 증가하면서 주당배당금 더 늘릴 것 같은 기업 주목해야"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배당을 많이 주는 우선주의 최근 주가 상승률이 보통주보다 높다. 이달 들어(17일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는 각각 16.1%, 17.8% 상승했다. 보통주 대비 우선주 주가는 90%까지 오른 상태다. 올해가 지난 3년간의 주주환원정책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라는 점도 삼성전자 우선주 강세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잉여현금흐름의 50%(38조2000억원)를 배당에 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4분기를 포함한 3년간의 누적 배당은 28조8000억원으로 예상되는데, 남은 9조4000억원이 4분기에 ‘특별주주환원’으로 지급될 전망이어서 우선주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올해 주당배당금 추정치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기업(26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삼성전자를 비롯해 LG화학, 삼성물산, KB금융, SK, LG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연구원은 “(26종목 중에서) LG생활건강, 미래에셋대우, 금호석유의 경우 보통주 대비 우선주 가격 비율이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선주는 보통주에 비해 유통 주식 수가 적어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호재가 있을 때 보통주보다 빨리 오르지만, 악재가 터지면 그만큼 급락할 가능성도 크다. 우선주는 ‘작전 세력’의 시세 조종 타깃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실적과 관계없이 급등락을 반복하거나 보통주보다 가격이 비싼 우선주에 투자할 때는 조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