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면서 사외 이사 3인 지명권, 윤리 경영 위원회 설치 등 의무를 부과했다. 한진칼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5000억원 위약금을 물기로 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진칼과 8000억원 투자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7대 의무 사항을 별도로 합의했다. 산업은행이 지명하는 사외 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하고,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선 사전에 협의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경영 평가 위원회와 윤리 경영 위원회를 설치해 국적 항공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진칼 경영진이 또다시 국민적인 물의를 일으키면 경영권을 포기하도록 했다”며 “윤리 경영과 책임 경영을 위한 장치도 추가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서 직원 폭행이나 물컵 갑질처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 발생했던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윤리 경영 위원회는 5~7명 규모 외부 독립 기구로 구성되며, 5명 이상 외부인으로 임명된다. 위원장도 외부인이 맡는다.
한진칼이 의무를 위반하면 5000억원 위약금과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대한항공 발행 신주에 대한 처분 권한도 산은에 위임하기로 했다.
한편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는 17일에도 비판 공세를 이어갔다. KCGI는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단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산업은행의 막대한 혈세 투입으로 다른 주주의 희생 하에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KCGI는 “발표된 조달 금액은 한진그룹이 보유한 빌딩 한두 채만 매각하거나 기존 주주의 증자로도 충분히 조달 가능한 규모”라며 “굳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교환 사채 인수라는 왜곡된 구조를 동원하는 것은 조 회장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정부가 추진하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방안에 대해 재벌 총수 지원과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대한항공 내 최대 노조인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CGI·조현아·반도건설 3자 주주 연합에 대해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노조 측은 “(3자 연합의) 간섭은 분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3자 연합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고용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