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인데 90분이나 기다리라고요?”
지난 16일 월요일 오후에 찾아간 서울 도심의 대형 백화점 샤넬 매장. 지난 주말 백화점 명품 매장에 손님들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과연 평일 오후에도 문전성시일까 궁금해 찾아가봤다.
놀랍게도 샤넬 매장 입장 대기표는 68번이었고, 직원은 적어도 1시간 30분은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고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코로나 이후 부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더니, 매장 안에선 실제로 많은 손님들이 지갑을 열고 카드를 내밀며 값비싼 명품을 사고 있었다.
‘코로나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고 말하는 명품업계는 요즘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샤넬과 롤렉스 같은 비상장 회사를 제외하고, 명품의 끝판왕이라는 LVMH(루이비통, 디올, 겐조, 펜디 등)를 비롯, 여성들의 로망이라는 에르메스, 그리고 2030세대이 더 열광한다는 Kering(구찌,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등 상장되어 거래되는 명품회사들은 모두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프랑스의 하이엔드 명품인 에르메스는 지난 16일 현지에서 842.8유로에 장을 마쳤다. 역대 최고치이며, 올해 수익률로 따지면 약 26%에 달한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수치인지는 유럽 대표지수의 초라한 성과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유로스톡스 50 지수는 9% 하락했다.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도 코로나 불황을 뚫고 승승장구하는 에르메스를 최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콧대 높은 명품업체들의 고공행진 덕에 LVMH, Kering, 에르메스, 페라리 등 명품회사 80곳의 주가를 묶어서 만든 미국의 S&P 글로벌 럭셔리 지수 역시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1년 출시된 지수인데, 최근 1년 수익률은 29.1%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명품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들이 여럿 나와 있다.
일단 IBK운용의 럭셔리라이프스타일펀드가 대표 주자이고, 지난 5월에 NH아문디운용이 국내 최초로 글로벌 럭셔리 S&P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ETF란 특정 지수나 종목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주식처럼 상장되어 실시간 거래된다.
이 상품은 평소에는 거래량이 1000주에 불과한 소형 ETF인데, 지난 11~12일 기타법인이 18억원 어치 한꺼번에 사들여 눈길을 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타법인이 ETF를 매수했다면 일반 상장사일 가능성이 높은데, 아마도 CEO가 필받아 큰 금액으로 사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NH아문디운용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분노소비, 보복소비가 늘어나고 있고 여기에 소비 양극화까지 겹치면서 전세계 명품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명품업계에 투자하는 ETF의 수익률도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왕개미 연구소장 역시 “해외 여행도 못 가는데 명품백이라도 사겠다"는 지인들의 찐발언을 자주 듣고 있다.
한편, 소비 트렌드에 밝은 상장사 사장님이 18억원 어치 사들인 HANARO 글로벌 럭셔리 ETF는 17일 주당 1만3600원에 장을 마쳤는데, 장중에는 1만3735원으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지난 5월 출시 이후 수익률은 37%에 달한다. 환헷지는 별도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