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 마이너스 통장을 동원해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20~30대 직장인이 급증했지만, A씨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는 올 초 겨우 취업에 성공했지만, 신용 4등급이라 마이너스 통장 개설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마통(마이너스 통장) 대신 카드사 서비스를 이용한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마통과 비슷한 카드사의 ‘마이너스 카드’ 상품을 알게 돼 급할 때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카드 업계에서 ‘마이너스 카드’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마이너스 카드란 마이너스 통장처럼 약정 기간에 정해진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돈을 꺼내 쓰고, 빌린 금액과 기간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는 카드사의 장기 대출 상품이다. 올해 코로나발(發) 불황과 주식 등 투자 열풍으로 대출 수요가 커지자, 이를 잡기 위해 카드사들이 ‘마통’을 닮은 ‘마카(마이너스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대출 고객 잡자" ‘마카’ 재등장
마이너스 카드는 2000년대 초반에도 일부 카드사가 운영했었다. 하지만 카드사의 무분별한 여신 확장이 대규모 부실로 이어졌던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한동안 종적을 감췄다. 이후 신한카드만 2008년부터 마이너스 카드 상품인 ‘마이너스 대출’을 출시해 지금까지 운영해왔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 만에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마이너스 카드 상품을 새로 출시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8월 ‘우카 마이너스론’을 내놨고, 롯데카드도 지난 9월 ‘마이너스 카드’를 선보였다. 현재 운영 중인 세 카드사의 마이너스 카드 이용 한도는 최고 5000만~1억원 선이고, 만기는 1년이다.
마이너스 카드의 특징은 처음 한 번만 대출 약정을 해두면 돈을 빌릴 때마다 대출을 신청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는 점이다. 또한 일반 대출 상품은 약정 금액 전체에 대해 이자를 내야 하는 것과 달리, 마이너스 카드는 실제로 사용한 금액과 기간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에 큰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 수시로 자금을 빌렸다가 단기에 갚을 수 있는 경우에는 마이너스 카드가 유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금리는 최저 연 2%대에서 시작하는 마이너스 통장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신한카드의 ‘마이너스 대출’ 금리는 신용도 등에 따라 연 8.7~21.9% 사이에서 책정되며, 우리카드 ‘우카 마이너스론’은 연 4~10% 수준이다. 롯데카드 ‘마이너스 카드’의 최저 금리도 연 4.95%로, 5%에 가깝다.
◇카드사 대출 급증, 부실 위험 우려도
마이너스 카드는 편리하다는 이점에도 아직 모든 카드사로 광범하게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대출 부실 위험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 마이너스 카드를 통한 대출 경쟁에 뛰어들기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카드사 7곳(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 9월 장기 카드 대출(카드론) 이용액(신규)은 4조1544억원으로 작년 9월(3조924억원)보다 34.3%나 급증한 상황이다. 아직은 대출 원금·이자 상환 유예 등 정책적 지원으로 건전성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금융권 전반에서는 지원이 종료된 뒤 연체·부실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 대출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중⋅저신용자가 많이 받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카드사들은 마이너스 카드는 카드사 고객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건전성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용 4~7등급 고객들이 카드사 대출을 이용하는데, 마이너스 카드는 만기가 1년으로 길게 운영되는 점을 고려해 4~5등급 고객에게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대출 증가에 대한 외부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나, 카드 대란 이후 카드사의 신용 평가 모델이 고도화된 만큼 그때처럼 대규모 부실이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