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사 창구에 가면, 젊은 엄마나 아빠들이 계좌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점에 올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쉽게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데, 왜 굳이 창구에 직접 찾아오는 걸까?

미성년자 주식 계좌 개설 건수 추이 / 그래픽=최혜인

이들은 대부분 어린 자녀 계좌를 만들기 위해 증권사 창구를 찾아오는 것이다. 현행법상 미성년자 계좌는 스마트폰 같은 비대면으로 개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부모 입장에선 직접 지점에 찾아가야 하고,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계좌당 개설 시간도 30분 넘게 걸리는 등 번거롭지만, 증권가에선 올 1~8월에만 29만개가 넘는 미성년 자녀의 계좌가 만들어졌다. 작년 1년 동안 만들어진 미성년 계좌 수와 비교하면 212% 증가했다.

먼 훗날을 기약하며 만든 자녀 계좌, 과연 어떻게 운용하면 좋을까. 삼성증권에 따르면, 예금 금리보다 약간 더 높은 2% 수익률로 운용한다면 20년 후 수익률은 49% 정도지만, 조금만 더 신경 써서 8% 수익률로 굴린다면 자산 가치가 366%로 높아진다.

직접 미성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증권가 전문가 4인방에게 ‘만약 내 아이 계좌라면’이라는 주제로 2000만원 포트폴리오를 들어봤다. 미성년 자녀는 10년 단위로 2000만원까지 비과세 증여가 가능하다.

◊미래 권력인 AI(인공지능)는 ‘머스트해브(must have)’

4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강구현 미래에셋대우 도곡센터 PB는 알파벳A(구글) 주식 비중을 40%로 한 계좌를 추천했다.

강 PB는 “자녀 계좌를 부모 계좌와 거의 비슷하게 복제해서 운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자녀 계좌는 자주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시간이 걸려도 결국엔 가격이 많이 오르고, 아이도 투자 종목에 관심을 갖게끔 만들면 좋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취업할 2050년쯤엔 AI(인공지능)가 일자리를 대부분 차지할 겁니다. 압도적인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AI의 절대 강자인 구글을 보유한다면, 나중에 자녀가 부모에게 고마워할 겁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도 전체의 6%로 작긴 하지만 알파벳(구글) 종목을 추천했다. 하지만 편 부부장은 한국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가장 높은 비중(30%)을 실었다. 중국 1위 항암 치료제 생산, 판매업체인 항서의약과 의류와 운동화로 탄탄한 매출을 내고 있는 나이키가 각각 7% 비중이었다. 전체 계좌에서 주식 비중은 50%로 제한했고, 채권과 대체투자(원자재, 리츠)에 각각 30%, 20%씩 분산해 위험을 낮췄다.

◊단기 변동성은 이겨내고 장기 투자해야

두 아이를 키우는 정호균 삼성증권 수석의 계좌는 전문가 4인방 중에서 가장 주식 비중이 높았다. 정 수석은 다소 부침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국가와 지역, 센터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총 10개의 주식 자산을 제안했다. 그는 “성장 자산은 단기적으로 한두 분기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면 주가도 따라서 자연스럽게 오른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삼성전자, LG화학을 비롯, 중국판 ‘배달의 민족’이라는 메이퇀디엔핑과 중국 게임 SNS 플랫폼인 텐센트, 미국의 아마존과 페이팔 등 IT 관련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2000만원은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을 구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20년 동안 굴린다면 눈덩이 같은 복리 효과로 나중에 큰 금액으로 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찬희 한국투자증권 팀장은 지수형 ELS(주가연계증권)를 20% 넣고, 해외채권과 인프라펀드 등에도 30%를 넣는 다소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정 팀장은 “지수형 ELS는 전체 시장이 일정 부분 내에서 하락해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20% 비중으로 낮은 대신, 글로벌 주식 관련 펀드가 30% 비중으로 높았다. 정 팀장이 추천한 NH아문디 100년기업 그린코리아, 한화 글로벌언택트, 키움 퍼스트센티어 인프라 등은 모두 올해 데뷔한 펀드 신상품으로, 코로나 이후 달라진 사회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