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33.1%’
미국 경제가 지난 2~3분기 보여준 성장률 ‘급반전’ 수치다. 미국은 2분기(4~6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사상 최악인 -31.4%의 역성장(연율 기준)을 보였다. 하지만 바로 다음 분기(7~9월)에 33.1%의 성장률(연율 기준)을 일궈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194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이다. 이전 최고 기록은 1950년 1분기의 16.7%다. 한 분기 만에 미국 경제에는 무슨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성장률 대반전의 비밀에는 미국 특유의 성장률 계산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연율(annual rates)’식 계산법이다. 연율 방식 성장률은 해당 분기 성장세가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해 산출하는 수치다.
한국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성장률을 계산할 때 전분기 대비 GDP(국내총생산)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계산법을 적용하면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9.0%, 3분기 성장률은 7.4%다. 연율로 계산한 것보다 ‘진폭’이 훨씬 줄어든다.
미국 경제가 지난 2분기에 광범위한 락다운(경제 봉쇄)으로 급격히 위축됐다가 3분기에는 경제 활동 재개와 코로나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급반등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연율로 볼 때는 그 정도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보이는 ‘착시 현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독특한 성장률 계산 방식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 상무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3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직후 트위터에 “우리나라 역사상 (성장률이) 가장 높고 좋았다. 내년은 환상적일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빠른 경제 재건을 트럼프 행정부의 업적으로 홍보한 셈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다수 미 언론들은 현실을 호도하는 연율 방식을 제거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올 3분기 GDP가 지난해 4분기 대비 3.5% 줄어든 상태”라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로 감소한 경제 규모 중 (지난 3분기에) 3분의 2가량만 회복됐다”는 식으로 평가했다.
한편 미국 3분기 성장률이 연율로 보면 지나치게 과대 포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을 웃돈 것이긴 하다. 블룸버그 전망치는 32%였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미국의 민간소비는 전기대비 연율 40.7% 증가했다. 내구재 소비를 중심으로 한 상품 소비(45.4%)가 서비스 소비(38.4%)를 상회했다. 민간소비의 GDP 성장기여도는 25.3%포인트였다. 고정투자(Fixed investment)는 28.5% 증가했다. 이 중에서 비주택(Nonresidential)과 주택(Residential) 투자는 각각 20.3%, 59.3% 늘었다. 비주택투자 중에서 장비(equipment)투자 70.1%, 건축물(structures)투자 -14.6%,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products)투자는 -1%를 기록했다. 고정투자의 GDP 성장기여도는 4.96%포인트, 재고투자의 GDP 성장기여도는 6.62%포인트였다.
수출은 59.7%(상품 수출 104.5%, 서비스 수출 -0.6%), 수입은 91.1%(상품 수입 107.9%, 서비스 수입 24.2%) 늘었다. 순수출의 GDP 성장기여도는 -3.09%포인트, 재화 순수출 GDP 성장기여도는 -2.67%포인트, 서비스 순수출 GDP 성장기여도는 -0.41%포인트였다. 정부 소비와 투자는 -4.5%를 기록했으며, 정부의 GDP 성장기여도는 -0.68%포인트였다.
KB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미국 3분기 성장률 결과를 보면 코로나 위기로 미국 경제의 충격은 깊었지만, 침체기간은 짧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소비와 투자가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순수출 GDP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 기록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내년 초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통과되고 2분기 백신 개발이 보다 진전을 보이며 미국 경제는 내년 3분기 코로나 위기 직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