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이사회가 지난달 노조(勞組)가 추천한 사외이사들의 선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회사 이익에 바람직하지 않고, 이사회 운영에도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노조는 즉각 반박하면서 다음 달 20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달 10일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반대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이 같은 방침을 주주들에게 전달한 후 의결권을 위임받을 예정이다.
이사회 측은 “KB금융은 이미 후보군 구성, 평가 및 압축, 평판 조회, 최종 후보 선정의 단계로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진행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며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있는 윤 교수는 현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포용사회·지속가능 분과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류 대표는 의결권 자문사를 이끌며, 주로 재벌 총수나 주요 기업 CEO(최고 경영자) 연임 반대 의견 등을 내왔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을 배출한 KB금융 노조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세 차례에 걸쳐 노동 이사를 추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두 번은 주주총회에서 부결됐고, 한 번은 후보의 결격사유로 철회됐다.
이번엔 두 명의 후보를 내면서 한 명은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여당 최고위원이 된 박 위원장이 여당 의원과 합세해 KB금융 이사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달 박 위원장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B금융 노조 개최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일각에선 관치 금융을 넘어 ‘노치(勞治) 금융’이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노조가 이번에 두 후보를 내세운 명분은 KB금융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사회 측은 “(노조는) ESG 강화를 위해 환경 및 지배구조 전문가를 시급히 이사로 추천한다고 했지만 KB금융은 이미 올해 3월 업계 최초로 ESG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라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서 금융회사 중 유일하게 각 부문별 등급과 통합등급까지 금융회사 중 유일하게 모두 최고 등급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선 이사회 구성변경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이사회 운영에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이사회 측은 “이 같은 이유로 (노조의) 주주제안이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조는 반발하며, 임시 주주총회에서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추천 이사제는 노동자를 직접 이사회 이사로 선임해 기업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노동 이사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금융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을 우려해 도입하지 않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