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이 줄어 외식에 돈을 덜쓰는 만큼 매달 주식을 20만원어치씩 사고 있어요.”(30대 직장인 A씨)

올해 코로나 사태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업종을 불문하고 고객 발길이 뚝 끊긴 업장이 속출했지만,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만큼은 예외였다. ‘동학 개미 운동’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 ‘공모주 투자 열풍’ 등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금융 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코로나발(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KB ‘순익 1조원 클럽’ 입성

최근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이 발표한 올 3분기(7~9월)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증권업계의 전망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특히 KB금융와 신한금융이 3분기에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금융지주가 분기에 1조원 이상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한 건 2008년 금융지주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KB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666억원으로, 신한금융 (1조1447억원)을 간발의 차로 앞섰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3분기 당기 순이익은 작년 3분기와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각각 24.1%, 16.6%씩 증가했다.

올해 1·2분기를 합친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도 작년보다 늘어났다.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신한금융이 2조9502억원으로 KB를 앞섰는데, 작년 1~3분기와 비교해 1.9% 늘어난 것이다. KB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2조8779억원) 역시 작년 동기와 비교해 3.6% 늘었다. 올해 각 금융지주가 코로나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일회성 비용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순익은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하나금융 역시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1061억원으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3.2% 증가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7601억원으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9.15% 감소했지만, 신한금융투자 김수현 연구위원은 “작년 3분기 옛 외환은행 사옥 매각 이익 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번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증권 수수료, 대출 이자 수익도 늘어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로 인해 금융지주사의 주력 사업인 은행의 영업 환경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금융지주 실적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증권·캐피털·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주식시장이 급락했던 3월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가 크게 늘면서 증권사 수수료 수익이 크게 확대됐다. KB증권의 경우, 3분기 순익이 2100억원으로 작년 3분기(560억원)의 거의 4배가 됐다. KB금융은 “금리 하락으로 은행업의 수익성에 부담이 되는 시기에 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확대와 IB(기업 금융) 부문 실적 개선으로 이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도 “증권사 수수료 수익과 기업 금융 부문 이익이 성장했으며, 전체 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 기여 비율이 41%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올해 실적이 주춤한 우리금융의 경우, 계열사 중에 증권사가 없어 사모펀드 및 코로나 사태 관련 비용을 상쇄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4798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1.13% 감소해 선방했으나,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1404억원에 그쳐 작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영끌’ 주택 구입 수요 등으로 가계 대출과 중소기업 대상 대출도 늘어나면서 은행과 캐피털·카드사 등의 이자 수익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권사들은 이번 실적 발표 이후 “금융지주들의 건전성 지표가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비은행 부문 수익 포트폴리오도 강화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며 목표 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