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각종 국내외 악재로 증시가 약세인 요즘, 여의도에서는 회장님의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직접 산) 5억 펀드가 화제다. 주인공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박 회장은 지난 7일 미래에셋운용이 운용하는 5개의 상장지수펀드(ETF)에 각각 1억원씩, 총 5억원을 투자했다. ETF란, 특정 주가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다.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아무리 금융그룹의 오너라고 해도 어떤 상품에 얼마씩 넣었는지 잘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시그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왕개미 연구소가 꼼꼼히 따져 봤다.

박 회장이 점찍은 5개 ETF는 BBIG K뉴딜, 2차전지 K뉴딜, 인터넷 K뉴딜, 바이오 K뉴딜, 게임 K뉴딜 등 5종이다. 이달 초 출시된 신상품인데도 5개 ETF의 설정액은 단숨에 4000억원을 돌파해 자금 유입도 빠른 편이다.

코로나로 주춤해진 경제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이른바 뉴딜 정책과 연관된 상품들이다. 박 회장은 지난 9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금융권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아직 펀드 성과를 논하기엔 시기상조이지만, 박 회장 계좌는 현재는 평가 손실인 상태다.

5개 ETF 중에 가장 몸집이 큰 BBIG K뉴딜 ETF의 경우, 지난 7일 종가는 1만365원이었는데, 27일 종가는 주당 9615원으로 7% 정도 빠진 상태다. 상품 출시 이후 주가가 계속 내리기만 하니, 거래량도 자꾸 줄어들고 있다. 출시 첫날엔 360만주 가까이 거래됐지만, 지금은 80만주 정도다.

지난달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박현주(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그 옆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박 회장의 공개적인 펀드 가입에 대한 금융가 반응은 어떨까.

대형 증권사 상품담당 임원은 “오너의 상품 가입은 직원들이 고객을 유치할 때 도움이 되고, 고객들 역시 투자 심리 안정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지난 2007년 4조원을 모았던 인사이트펀드와 달리, 이번에 박 회장이 가입한 상품은 투자 대상 기업들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깜깜이 투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회장이 가입한 상품을 회사에서 운용 중인 상품에 일부 편입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경쟁 대형사의 상품개발 담당자는 “박 회장은 채권이나 대체상품은 몰라도 주식 투자에 있어서는 신(神)”이라며 “인터넷, 바이오, 게임 등의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적절한 투자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반면 투자자문사 대표 A씨는 “전형적인 미래에셋의 패턴”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셋은 트렌드에 밝아 재빨리 신상품으로 만들어 출시하지만 이후 가격은 하락하고, 아주 길게 봐야만 오른다”면서 “패셔너블한 테마 활용의 달인”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운용의 인사이트펀드 상품 설명서.

그런데 여기서 박 회장의 재테크 성적표를 논할 때마다 꼭 등장하는 인사이트펀드의 근황이 궁금해진다.

인사이트펀드는 지난 2007년 보름 만에 4조원 넘는 자금을 빨아들인 블랙홀 펀드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증시가 급락했고, 결국 펀드 수익률도 망가졌다. 400만명 넘는 펀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펀드를 깼고, 이 때문에 박 회장은 일간지 광고에 사과문까지 게시해야 했다.

그런데 인사이트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8%로, 어지간한 펀드들을 압도한다(에프앤가이드 자료). 인사이트펀드가 속해 있는 펀드 그룹군의 1년 평균 수익률은 8.6%에 그친다.

또 인사이트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164.32%로, 중간에 해지하지 않고 지금까지 들고 있었다면 플러스다. 같은 기간 한국 코스피지수는 14.8%밖에 오르지 못했다.

다만 인사이트펀드의 책임 운용역(목대균 본부장)이 곧 회사를 떠날 예정이어서 앞으로의 펀드 성과가 과거처럼 좋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인사이트 펀드는 회사 시스템을 통해 팀이 운용하기 때문에 매니저 변경에 큰 영향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지난 2007년 10월 31일 특정자산, 지역에 제한 없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인사이트 펀드’를 내놨다. 하지만 전 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낮은 운용 실적을 내면서 미래에셋 펀드 가입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힌 데 대해 신문 광고를 통해 사죄했다. 사진은 2012년 1월 2일 일간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