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추구하면서도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는 데다 올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지난해 호주 산불 등 전 지구적 재앙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환경 보호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과거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각종 ESG 펀드를 출시하며 자금 몰이에 나서고 있다.

◇‘수익률’ 높은 ESG 투자…덩치 키우는 중

흔히 ESG 투자라고 하면 ‘수익률은 조금 떨어지지만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는 것’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의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적 요소만 고려하는 것보다 ESG 항목까지 고려해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규제 등 기업이 지켜야 할 환경 보호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데다, 소셜미디어 활성화로 악덕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등의 응징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너 리스크’ 등 후진적 지배 구조로 인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ESG는 기업의 성장성을 평가할 때 빠져서는 안 될 요소가 되고 있다.

실제로 ESG 기준을 잘 지킨 기업들의 실적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운용하는 ‘인테그로(Integro)’라는 펀드는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신흥 기업들로만 구성돼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으로 구성된 ‘MSCI KLD 400 지수’의 지난 30여년간 평균 수익률(10.7%, 지난해 기준)은 우량 기업으로 구성된 ‘S&P 500 지수’의 수익률(10.2%)보다 더 높았다.

글로벌 ESG 펀드 규모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글로벌 ESG 펀드 규모는 올 하반기 들어 사상 처음 1조달러(약 1142조원)를 돌파했다.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글로벌 운용사들은 최근 수년간 ESG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투자 상품을 적극 개발·출시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전체 운용 자산(약 752조원)의 4% 수준인 ESG 투자를 내년까지 59%(약 450조원)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ESG펀드 봇물… “차별성 없는 펀드도 많아”

국내에서도 ESG 펀드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ESG 펀드의 일종인 SRI(사회책임투자) 운용 펀드는 지난해 말 31개에서 지난 16일 기준 42개로 늘었다. 설정액은 3176억원에서 4751억원으로 49.6%나 증가했다. 올해 SRI 펀드 평균 수익률도 12.03%로 국내·해외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평균 수익률(각각 3.6%, 11.16%)보다 높다. 지난 6개월 수익률은 30%를 넘는다. 올해 들어서도 ‘슈로더 글로벌 지속가능 성장주 증권 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 ‘미래에셋 지속가능 ESG 채권 증권 투자신탁(채권)’, ‘NH-Amundi 100년 기업 그린 코리아 펀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아름다운 SRI 그린뉴딜’ 등 ESG 펀드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국내 ESG 펀드들이 다른 주식형 펀드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인기 대형주 위주로 자산을 담고 있어서 IT(정보기술), 4차 산업혁명 등 다른 인기 테마 펀드들과 자산 구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덩치가 큰 SRI 펀드인 ‘마이다스 책임 투자 증권 투자신탁(주식)’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박혜진 연구위원은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액티브 ESG 펀드는 대형 혼합·성장주 위주로 운용되고 있고 포트폴리오의 평균적인 ESG 수준은 일반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며 “투자 설명서만으로 펀드의 ESG 수준을 판단하기 쉽지 않아서 ‘그린 워싱(Green Washing, 위장 환경주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ESG  펀드

ESG 펀드는 투자 대상을 정할 때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그렇다고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기업의 재무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ESG 요소를 고려해 수익률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