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크게 움츠러들었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금이 다시 몰리고 있다. 최근 증시 상승으로 수익률 조건을 달성한 ELS조기 상환액이 급증하면서 재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ELS는 한국·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 주가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고, 기초자산이 계약 시점보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함께 약속한 이자를 주는 파생 상품이다.
ELS 발행액, 반년만에 3조원 돌파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ELS발행액은 3조4754억원으로 전달(2조1212억원)대비 63.8% 급증했다. 이달 들어선 14일 기준 1조 5848억원을 기록해 현재같은 추세라면 10월 발행액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ELS 발행액이 3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반년만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지난 1~2월 6조원대 였던 ELS 월간 발행액은 3월 들어 전달 대비 43.2% 급감하며 3조7072억원을 기록했다. 4월부터 8월까지 ELS 발행액은 매달 1조3000억원~2조1000억원대에 머물렀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주가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ELS에 대한 수요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ELS는 한때 ‘국민 재테크 상품’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한번 꺾인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최근 몇 달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 후 9월 이후 2300~2400선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자, ‘주식 시장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다시 ELS를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ELS 발행액이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조기 상환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ELS는 만기가 3년이라고 해도 ‘가입 6개월 시점 주가지수가 가입 시점보다 1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일찍 돌려준다’는 식의 조건을 걸고 조기 상환을 해주는데, 3월 중순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9월에 조기 상환 조건을 달성하는 상품이 많아졌다. 지난 1월 7조7950억원이었던 ELS조기 상환액은 지난 4~5월 1000억원대로 급감했지만, 9월에는 8월(2조1564억원)보다 세배 가량 증가한 6조8826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역시 14일까지 2조7714억원을 기록, 월말에는 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때 코스피 지수가 1500을 밑도는 경험을 하고도 많은 ELS 상품들이 조기 상환에 성공하면서 신뢰가 회복된 것 같다”며 “투자자들이 조기 상환액을 다시 ELS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좀 더 있다 상환받고 싶은데…’
ELS의 인기가 점차 회복되면서 최근엔 공모주 청약처럼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ELS 상품도 등장했다. 지난 8일 마감된 유안타 증권의 ‘유안타 MY ELS 제4619호’의 청약 경쟁률은 77대 1을 기록했다. 모집 금액이 10억원으로 크진 않았지만 768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보통 증권사들이 내놓는 ELS상품의 청약 경쟁률은 1대 1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워낙 많은 상품들이 수시로 출시되기 때문이다. 미국 S&P500, 유로스톡스, 코스피200등의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이 상품은 자산 가격이 가입 시점보다 45% 이하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연6%의 수익을 준다.
한편 조기 상환이 급증하며 일부 ELS 투자자 사이에서는 ‘원하지 않는 상환을 당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연 6% 수익을 약속한 만기 3년짜리 ELS 상품의 경우 기초 자산의 가격 하락 폭이 커 2년 6개월 시점까지 조기 상환을 받지 못하다 만기 시점에서야 상환 조건을 충족한다면 원금과 함께 총 18%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6개월만에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수익률은 3%에 그친다. 은행 정기예금 이자가 1%에도 못 미치는 저금리 상황이다보니 투자자 입장에서 ELS 조기 상환은 원금 손실이 나지 않았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기대했던 높은 수익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선 아쉬울 수 있다. 지난 4월 연간 수익률 12%짜리 ELS 상품에 가입했다 최근 6% 이자와 함께 원금을 돌려받은 한 투자자는 “최소 1년은 있다 투자금을 12% 이자와 함께 돌려받을 줄 알았는데 증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빨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