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일편단심’으로 주식을 사 모으던 동학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변심(變心)한 것인가. 개미들이 추석 연휴 전후로 올해 최장 기간 연속 ‘순매도(주식을 사는 금액보다 파는 금액이 많은 것)’ 기록을 세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8거래일 연속으로 총 1조7500억원 넘는 주식을 순매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지난 두 달여간 횡보세를 보이면서 개미들의 투자 성향이 조심스러워진 데다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것이 주식 ‘팔자’ 행렬의 주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동학 개미, 8거래일 연속 순매도… ‘최애’ 삼성전자 주식 대거 팔아치워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8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 연속 순매도로는 올 들어 최장 기록이다. 이 기간 개미들의 순매도 금액은 1조7526억원(13일 정규장 마감 기준)에 달한다. 종전 기록은 5거래일 연속 순매도(6월 1~5일)였다. 추석 연휴 전인 지난달 28~29일의 순매도 규모는 1000억원대 초반이었으나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5일에는 순매도 규모가 5500억원을 넘겼다. 이후 매도세가 조금 진정되면서 13일에는 순매도 규모가 300억원대(정규장 마감 기준)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팔자 행렬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하루 1조원 넘게 순매수하던 8월 말, 9월 초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개미들이 연속 순매도하는 동안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평소 ‘최애(최고로 좋아한다는 뜻)’ 종목이던 삼성전자였다. 477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개인 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으로 지난 12일 기준 순매수 규모가 7조7300억원에 달하고, 우선주까지 포함할 경우 10조7000억원이 넘는다. 삼성전자에 이어 LG화학(3602억5760만원)과 SK하이닉스(2333억9412만원), 카카오(1641억8910만원) 등의 순매도 규모도 컸다.
◇증시 횡보세에 ‘차익 실현’ 욕구 커져
시장 전문가들은 개미들의 기류가 최근 급반전된 까닭을 횡보하는 증시에서 찾고 있다. 국내 증시 상승세가 지난 8월 중순 이후 지지부진해지자 “일단 그동안 벌어놓은 차익을 일부 현금화하자”는 ‘차익 실현’ 욕구가 커졌다는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 19일 연저점(1457.64)을 찍은 이후 지난 8월 중순까지 5개월여간 70% 가까이 급등했다. 하지만 8월 중순 이후에는 2200~2400대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폭발적인 상승 동력이 사라진 것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지난 2개월간 국내 증시가 횡보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 수익률이 2분기(4~6월) 대비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아무리 떨어져도 결국 오른다’는 믿음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며 “주가 움직임에 예민해지다 보니 조금 괜찮을 때 매도하고 차익을 남기려는 욕구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개미들이 최근 8거래일 연속 순매도한 기간 동안 코스피 지수는 124.36포인트(5.5%) 상승했다. 개미들은 주가가 빠져서 주식을 판 것이 아니라 ‘올라서’ 판 셈이다.
연속 순매도 기간 개미들이 많이 팔아 치운 종목들의 주가도 대부분 올랐다. 순매도 1위 종목인 삼성전자는 4.3%(5만7900→6만400원) 올랐고, LG화학(7.2%)과 SK하이닉스(3.1%), 카카오(5.7%) 등도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정부의 대주주 요건 강화 움직임에 우려한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주식 양도 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대주주 요건을 주식 보유액 ’10억원'(연말 기준)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큰손’들의 매물 폭탄을 쏟아낼 것을 염려해 일찌감치 ‘차익 실현’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