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A씨는 대출 이자 연체 때문에 아파트가 경매로 처분될 위기에 처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달 이자로 130만원을 내고 있었는데, 가계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체 이자가 가산돼 밀린 이자는 매달 눈덩이처럼 커졌다. A씨는 대부 업체 후순위 담보 대출 등을 이용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금리가 연 10%가 넘는 걸 알고 포기했다.
금융권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발생한 연체가 현 정부 들어 가파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공 행진하는 집값과 대조적으로 가계 소득은 게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 차주가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년간 연체 잔액 40% 넘게 증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12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1금융권(은행)과 2금융권(보험사·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 연체 잔액은 지난 2016년 말과 비교해 40% 이상씩 뛰었다. 연체 규모는 전체 대출 규모보다 훨씬 더 빨리 늘고 있다.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6년 말 324조62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41조9400억원으로 5.3%(17조32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연체(30일 이상 연체) 잔액은 5100억원에서 7500억원으로 47%(2400억원) 급증했다. 연체율(연체 잔액을 대출 잔액으로 나눈 것)도 0.16%에서 0.22%로 올랐다.
2금융권 상황은 더 나빴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6년 말 110조117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10조2020억원으로 소폭 증가(0.8%)에 그쳤는데, 같은 기간 연체 잔액(각 업권 기준)은 1조891억원에서 1조5828억원으로 45%(4937억원) 늘었다. 연체율은 0.99%에서 1.44%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연체가 늘어나는 데 있어 경기와 소득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경기가 나빠져 가계 소득이 줄어들수록 연체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대표적 소득 지표인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에 금융 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전년 대비 -4.3%)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뒷걸음질(전기 대비 -0.8%)쳤다. 특히 여러 대출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증가는 안 좋은 신호일 수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건의 대출이 있는 경우 살고 있는 주택을 지키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우선적으로 갚는 경향이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은 맨 마지막에 나타나고, 가계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대출 규제 강화로 3금융권 내몰려"
1·2금융권 연체 증가뿐 아니라, 3금융권에 속하는 대부업체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풍선 효과’로 1·2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 차주들이 고금리 3금융권 대출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주택 대출 규제를 강화해 대출 죄기에 나선 2017년 ‘8·2 대책’ 이후 대부업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폭증했다. 2017년 말 387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조5615억원으로 2년 반 만에 4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부업은 이자율이 높은 데다 신용 등급이 낮은 취약 차주들이 많아 가계 부채의 질이 더욱 악화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금융권 평균 이자율은 올해 6월 기준 14.16%에 달했다. 윤두현 의원은 “향후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영향이 반영되면 광범위한 부실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택담보대출의 총체적인 리스크 점검이 필요하다”며 “어설픈 부동산 규제로 소득이 적은 가구가 3금융권으로 몰리지 않도록 대출 규제를 좀 더 정교하게 설계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