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유동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시장 조성자(Market maker)’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면서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피해만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장 조성자는 주식 매수·매도 가격을 제시해 가격 형성을 주도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회사를 말하는데 대부분 증권사들이 해당된다.

평소 한국거래소는 기관들 가운데 시장 조성자를 지정해 거래가 부진한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매도 호가(呼價)를 촘촘히 내도록 요구한다. 시장 조성자는 시장에 적정 호가가 없는 경우, 신규 호가를 제시해 관망 중인 투자자의 거래 체결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특정 주식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팔려는 사람이 없거나 거래가 이뤄질 수 없는 가격대로만 주문이 쏠려 있으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조성자들이 개입해 주문을 내는 것이다.

지난 3월 제기된 공매도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

시장 조성자들의 활동 중 개인 투자자들의 지탄을 받는 것은 ‘공매도(空賣渡)’다. 공매도란 특정 주식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해당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주식을 갚는 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시장 조성자의 경우, 공매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주식 선물(先物)의 매수 호가를 제출해 체결된 상태에서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주식 현물을 동일 수량으로 매도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 보유 주식이 없을 경우 공매도가 일어난다. 공매도에 따른 매도 물량이 몰리면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공매도를 할 수 없는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들의 공매도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큰 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 여파로 공매도가 금지된 상태다.

금융 당국에서는 “시장 조성자는 저(低)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제도”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유동성 문제와 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한국거래소 등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식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코스닥보다 시장조성자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되는 ‘저유동성 종목’이 훨씬 많은 실정이다. 코스피의 경우 저유동성 종목이 2016년 25종목에서 지난 2017년 30종목, 2018년 82종목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574종목까지 확대됐다. 반면 코스닥은 2016년 15종목 지정에 그쳤고, 지난 2017~2018년에는 지정 종목이 아예 없다가 지난해 75종목으로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김 의원은 “(시장 조성자 제도의 목적이) 유동성 공급이라면 왜 코스닥 종목 지정이 코스피보다 훨씬 적은 것인지 금융 당국은 설명해야 한다”며 “지정된 종목들을 살펴보면 저유동성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주식시장 조성자 외에 ‘파생시장 조성자’ 제도의 개선도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파생시장 조성자는 공매도 업틱룰(up-tick rule·공매도로 주식을 팔 때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을 부를 수 없게 한 제도) 예외 허용 거래대금의 70~80%를 차지해 왔고, 지난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에도 허용된 거래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파생시장 조성자들의 공매도는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코스피200’ 종목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에 대해서도 파생시장 조성자는 공매도를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지난 2월27일 셀트리온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전체 거래의 30%를 차지했는데, 그 중 파생시장 조성자의 공매도가 72.2%를 차지했다.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공매도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