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증시 급등세를 이끈 ‘동학개미’들의 실탄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모습이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초유의 70조원 돌파를 향해 달려가던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의 ‘투자자 예탁금’이 9월 중순부터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4조8187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4일 63조2582억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하지만 한 달도 안돼서 8조4395억원 줄어든 것이다.
여전히 지난해 말 수준(27조원대)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자금이 풍부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 3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40조원, 50조원, 60조원 문턱을 파죽지세로 돌파하며 예탁금이 불어나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이달 초에는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실패한 증거금 환불액이 증권 계좌 예탁금으로 대거 유입된 것이 사상 첫 예탁금 60조원 돌파의 원동력이 됐다. 이중 상당 금액이 주식시장에 재투자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개미들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첫째 주 31조9000억원 정도에서 셋째 주에는 27조2600억원으로 줄었다. 그만큼 동학개미들의 ‘사기(士氣)’가 한 풀 꺾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의 규모를 뜻하는 ‘신용거래융자’도 지난달 28일 기준 16조6478억원으로 17조9000억원을 넘어섰던 지난달 중순에 비해 많이 줄었다. ‘빚투(빚내서 투자)’를 하려는 개미들이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이 내부 자본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것을 염려해 융자를 일부 제한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미국 기술주들이 큰 폭의 조정을 받는 등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충분해지지 않은 것이 개미들의 투자 추진력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서 ‘차익 실현’을 하려는 개미가 늘어나는 반면에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개미들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5~6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일반투자자 청약이 시작되면서 예탁금이 불어나고, 개미 주도 장세에 다시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 상장 이후 공모주 열풍이 확실히 줄어든 감이 있다”며 “빅히트 효과로 시장의 관심이 다시 커지면서 개미들의 매수액이 다소 늘어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