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 찾기가 무산된 가운데 정부가 후속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혈세 3조3000억원이 투입했고, 최근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2조원 이상을 추가 투입하기도 했다. 여전히 대주주는 금호산업이긴 해도 사실상 정부와 채권단이 방향타를 쥐고 아시아나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30일 채권단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5일 비공식 차관회의를 열어 ‘아시아나 매각무산 후 처리방안’에 대한 안건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당분간 아시아나를 인수할 만한 매수자가 나오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단기적으로 아시아나에 어떤 지원을 해야할 지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시아나를 인수하려 했던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소송제기 가능성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관계기업들의 동정에 대해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정부가 소송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연관이 없을 수 없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시아나의 신용등급이다. 인수가 무산되면서 한국신용평가가 아시아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검토’로 변경하는 등 국내외 신평사들이 아시아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BBB-’ 등급인 아시아나는 한단계만 더 떨어져도 투기등급으로 전락한다. 최소한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해야 만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HDC현산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후에도 경영이 비교적 안정화돼있고 재무상태도 현 수준을 유지해나간다면 신용등급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산업은행

채권단은 필요하다면 추가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BBB-로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채권단은 아시아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 필요하다면 추가자금 지원도 정부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은 연내에 자회사를 분리해서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와 아시아나IDT 등을 거느리고 있다. 자산을 쪼개 팔면서 위기상황을 버틸 수 있는 현금을 마련해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연내 분리매각은 아직까진 채권단과 아시아나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검토는 하고 있지만 (M&A 시장) 여건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당분간) 통매각도 힘들겠지만 분리매각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