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홀당 77억이라니!!!”
코로나로 국내 골프장들이 특수를 맞은 가운데, 고수익을 좇는 사모펀드들이 골프장 베팅에 나서고 있다.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 여파로 국내 인수 합병(M&A) 시장에서 골프장을 사겠다는 수요가 넘쳐나면서 골프장 몸값은 연일 치솟고 있다. 골프장은 가치를 평가할 때 ‘홀당 거래가격’으로 따지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50억 정도였던 수도권 퍼블릭 골프장은 최근 홀당 77억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 행진 중이다.
2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퍼블릭 골프장인 ‘골프클럽 안성Q’가 홀당 77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전국 골프장 홀당 매매가가 47억3000만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63% 급등한 것이다. 최근 두산그룹이 구조조정 일환으로 매도한 클럽모우CC가 홀당 68억원 수준에 거래됐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퍼블릭 골프장 안성Q(18홀)는 지난 2010년에 문을 열었지만 회원권 분양에 실패하면서 자금난에 빠졌다. 그러다가 지난 2013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후 사모펀드인 케이스톤PE(81.4%)와 골프존카운티(18.6%)가 인수했다. 이번에 사모펀드 아이젠인베스트먼트가 매입한 안성Q 가격은 약 1400억원으로, 홀당 77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번 안성Q 골프장 인수전에는 사모펀드는 물론, 전략적투자자(SI) 등 10여곳이 참여하면서 흥행에 대성공했다. 서울 근교에 위치해서 교통이 편리한 데다, 사모펀드가 회원제 골프장의 고급시설과 퍼블릭 골프장의 합리적 가격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경영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골프업계 전문가 A씨는 “통상 사모펀드가 회원제 골프장을 인수하면 퍼블릭으로 바꾸는데, 이 경우 오전, 오후, 밤 등 하루 3타임으로 돌려 수익을 극대화한다”면서 “돈을 많이 벌어 경영을 정상화시킨 후에 고가로 되파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새 골프장 사업이 워낙 좋다 보니 들어가긴 했는데, 홀당 77억원이라는 고가에 팔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골프장은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골퍼들이 몰리면서 연일 ‘풀부킹’이 이어지고 있다. 골프 애호가들이 여유자금 운용처로 ‘초고가 골프장 회원권’을 선호하면서 회원권 가격도 상승 추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8월 기준 수도권 골프장 회원권 평균 가격이 작년 1월보다 5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최근 밝혔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골프장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고, 스크린골프에도 신규 골퍼들의 유입세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골프장 초호황 장세를 놓칠세라, 기존 보유자 중에선 ‘매도 타이밍’으로 삼기도 한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현재 태안 골프장인 골든베이GC를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데다 야외 운동이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장점 때문에 골프 인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일반인 골퍼들은 요금을 계속 올리며 폭리만 취하려는 골프장이 못마땅하다.
50대 직장인 골퍼 김모씨는 “13만원 수준이던 캐디피가 올해 1~2만원씩 슬그머니 오르더니 15만원까지 비싸졌다”면서 “골프장들이 이익을 많이 남기려고 각종 비용을 올리면서 골퍼들을 호구 취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