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소·전기차업체 니콜라에 이어 이스라엘 의료벤처기업 ‘나녹스(Nano-x)’가 미국 공매도 투자세력이 제기한 ‘사기 의혹’에 휘말리며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나녹스는 SK텔레콤이 2300만달러(약270억원)를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라있으며, 이밖에 국내투자자가 투자한 금액이 1200억원에 달한다. 나녹스 주식을 사들인 서학개미(해외주식을 산 국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나녹스가 ‘제2의 니콜라’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녹스가 개발중인 의료용 촬영기기 '아크'

미국의 대표적인 공매도 투자세력인 머디워터스는 22일 나녹스를 저격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머디워터스는 ‘중국판 스타벅스’라고 불리며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루이싱커피에 대해 지난 1월 회계 조작 의혹을 폭로해 루이싱커피가 나스닥에서 퇴출되는데 단초를 제공한 곳이다.

이날 머디워터스는 나녹스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나녹스는 니콜라 못지 않은 쓰레기다. 우리는 나녹스가 주식 외에는 팔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 “나녹스와 니콜라는 중요한 유사점이 있다”며 “니콜라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트럭을 언덕에서 굴렸고, 나녹스는 아크(나녹스의 영상촬영기기)가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누군가의 흉부 사진으로 조작한 시연 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나녹스는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한 의료용 촬영기기업체다. 나노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를 이용해 엑스선을 방출, 기존 의료용 촬영 기기에 비해 화질과 촬영속도, 촬영비용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디지털 엑스레이’가 이들의 주요 기술로 알려졌다. 나녹스는 지난달 21일 21.7달러로 뉴욕 증시에 상장 후 폭풍 상승하며 지난 11일에는 64.19달러까지 195% 올랐다. 나녹스가 화제가 되면서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국내 투자자들은 9월들어서만 나녹스 주식 9850만달러(약 1150억원)를 순매수해 22일 기준 총 1억26만달러(1300억원) 어치의 나녹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나녹스는 공매도 투자자인 ‘시트론 리서치’의 공격을 받았다. 씨트론은 나녹스가 미국 식약처(FDA)의 제품 승인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점과, 연구개발(R&D)투자금액이 750만달러에 불과하고 연구 인력은 15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녹스는 곧바로 “씨트론 리서치의 보고서가 사실 오인과 억측으로 가득차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제품 개발이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날 보고서가 발표된 후 나녹스 주가는 크게 흔들렸다. 14일 49.21달러였던 주가는 21일에는 28.83달러까지 41% 가량 떨어졌다. 머디워터스가 공격에 합류한 22일에는 장초반 전날대비 20% 넘게 하락했으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오히려 4.4% 상승한 30.11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