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공매도 전문기관인 시트론리서치가 공개한 나녹스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골든바인 인터네셔널 컴퍼니.' 출처는 시트론리서치. 이에 대해 나녹스 3대 주주인 요즈마 코리아 관계자는 "실체가 없다고 소개한 계약업체 의혹과 관련, 실제 건물 위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허름해보이는 건물 사진을 이용해 리포트에 게재했다"면서 "제대로 자료 조사를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주가가 하락해야 이득을 보는 공매도 세력의 주장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속성을 충분히 알고 읽어봐도 미국 공매도 기관들의 ‘나녹스(Nanox)’ 저격글은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나녹스는 SK텔레콤이 273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이스라엘 벤처 기업이다. 차세대 엑스레이 기술을 개발한 의료기기 기업으로, 나노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를 이용해 엑스선을 방출하는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T의 인사이트를 믿고 나녹스에 베팅한 국내 자금은 엄청나다. 은행 WM센터 큰손들이 상장 전부터 100억원 어치 나녹스를 사들여 화제가 됐다. 22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간 나녹스를 순매수한 금액은 1470억원에 달한다. 나스닥에 상장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이력도 짧은 신생기업에 이 정도로 크게 베팅하다니, 역시 전세계가 주목할 만한 ‘서학개미’들이다.

그런데 지난 15일 시트론리서치(Citron Research)가 “나녹스는 제2의 테라노스(실리콘밸리 최악의 사기 기업)이고 시장의 웃음거리(complete farce)이며 목표주가는 0달러”라고 발표하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한 운용사 대표는 “시트론리서치가 나녹스 고객들을 추적해서 사진까지 보여줬는데, 싱가폴 구석의 안마시술소처럼 너무 허름해서 황당했다"면서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속속 정황이 드러날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에는 중국판 스타벅스인 ‘루이싱커피’ 등 지난 10년간 수많은 기업들의 사기와 부정 사실을 파헤쳐 쓰러뜨렸던 머디 워터스(Muddy Waters)가 나녹스에 공격의 창을 겨눴다.

머디워터스는 이날 ‘나녹스는 주식 장사꾼’이란 내용의 보고서에서 “니콜라는 진짜인 척 하려고 트럭을 언덕 아래로 굴렸는데, 나녹스는 사람을 바꿔치기 해서 X레이 기계를 그럴듯하게 꾸몄다”고 주장했다. 머디워터스는 “나녹스는 전세계 유명 기업(특히 한국의 SKT)과의 제휴 관계를 홍보해서 주식 장사를 했고, 거래를 주선한 SKT 자문단 위원(김모씨로 추정)에겐 주당 2.21달러에 3210만달러 어치의 스톡옵션까지 챙겨줬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머디워터스가 직접 현지까지 가서 찾아낸 나녹스의 남아프리카의 고객사 사진이다.

나녹스는 남아프리카의 '골드 러시'라는 회사와 최소 1550만달러 연간 계약을 했다고 밝혔지만, 관련 계약 서류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은 머디워터스가 공개한 남아프리카 파트너인 골드러시 회사 모습. 출처는 22일 나온 머디워터스 보고서.
나녹스는 남아프리카의 '골드 러시'라는 회사와 최소 1550만달러 연간 계약을 했다고 밝혔지만, 관련 계약 서류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은 머디워터스가 공개한 남아프리카 파트너라는 골드러시 회사. 출처는 머디워터스 보고서.

머디 워터스는 회사의 부정이나 사기를 집요하게 추적하기에 월가에선 ‘저승사자’란 별명이 붙어 있다. 머디워터스가 ‘조작 기업’이라고 낙인찍었던 곳은 대부분 상장폐지를 당하며 사라졌고, 간신히 살아남더라도 대부분 주가를 회복하지 못 했다. 한때 시가총액이 9조원에 육박했던 중국 루이싱커피 역시 머디워터스의 회계부정 지적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지난 6월 상장폐지됐다.

22일 장 초반 20% 넘게 하락 출발한 나녹스는 20달러선까지 흘러내렸지만, 나녹스 CEO가 긴급 해명에 나서면서 일단 숨을 돌렸다. 종가는 전날보다 4.4% 오른 30.11달러에 마감했다. 나녹스 공모가는 18달러였고, SKT의 매입가는 8.8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