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모(63)씨는 최근 가지고 있던 중국 위안화를 원화로 바꾸러 오랜만에 아파트 단지 상가 내 은행에 갔다가 놀랐다. 창구 세 곳에 모두 50대 은행원이 앉아 손님을 맞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옛날에는 창구에 젊은 직원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은행도 고령화된 것 같다”고 했다.

은행에서 신입 행원 보기가 어려워졌다. 코로나 사태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신입 행원 공채를 아직 실시하지 않은 데다, 채용 규모도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반면 핀테크 업체들은 채용 문을 활짝 열고 젊은 디지털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은행권 채용 시장 열렸지만…

코로나 사태로 올 상반기 얼어붙었던 은행권 채용은 하반기 들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 공채를 실시하지 않았던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이달 들어 하반기 공채 일정을 공고했다. 은행 취업 준비생들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채용 규모가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문제다.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작년 상반기(300명)와 하반기(450명)를 합쳐 공채로 총 750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하반기에만 160명을 뽑기로 했다. 작년의 4분의 1 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신한은행도 작년 상반기(230명)와 하반기(200명)를 합쳐 430명을 뽑았는데, 올해는 하반기에만 25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공채만 실시하는 하나은행은 채용 인원이 작년 200명에서 올해 150명으로 줄었다. KB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하반기 채용 일정을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규모 채용 시험을 치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많은 응시자가 시험장에 모여 필기 시험을 볼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채용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면 금융 서비스 수요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인한 영업점 축소 등으로 채용 감소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코로나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됐다는 풀이도 나온다. 대부분 은행들이 영업점 정리에 나서면서 국내 은행 영업점 수는 2015년 7261개에서 작년 6710개로 꾸준히 줄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등과 비교해 기존 은행의 대규모 조직과 인력이 ‘비용’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금융 당국의 당부가 있어 코로나 사태가 수그러들면 채용 규모는 회복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토스 “연말까지 500명 채용”

은행권과 달리 핀테크 업체들은 올해 코로나 사태에도 적극적으로 채용을 늘리고 있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 수요가 확대되면서 핀테크 회사들이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스의 경우에는 21일까지 상시 채용으로 약 300명을 채용했고, 연말까지 200명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토스 측은 “조직 규모가 성장하고 인터넷은행·증권·보험·PG(전자지급결제대행업) 등 신규 사업 영역도 확장하면서 인력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지난 5월에 대규모로 경력직을 공개 채용한 데 이어, 이달 초부터는 네이버 계열사와 함께 공동으로 세 자릿수의 신입 개발자를 뽑는 공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카카오 계열사 공동으로 대규모 신입 개발자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엔 40여명 뽑았는데 이번엔 100명 이상으로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도 일반 행원 채용은 크게 줄였지만, 디지털·IT 관련 전문 인력에 대한 수시 채용은 이어갔다.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공채는 하지 않았지만 디지털·IT 부문 등에서 40명을 수시 채용했다. 국민은행도 디지털·IT 부문 등에서 올해 상반기에 65명을 수시 채용했다. 은행권뿐 아니라 증권업계에서도 예년에 비해 디지털·IT 관련 수시 인력 채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방향으로 금융 지형이 바뀌고 있다”며 “기존 금융권에서도 일반직 공채 대신 전문 인력의 수시 채용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