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모주 광풍을 등에 업고 입성한 ‘새내기주’들이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주가 흐름이 예상과 달리 크게 부진하면서 투자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최대어’로 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일이 가까워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빅히트가 어려운 시장 여건을 딛고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중이다.
◇카카오게임즈, 눈물의 7거래일 연속 하락
지난 7월 ‘SK바이오팜’ 대박으로 시작된 공모주 투자 열기는 이달 ‘카카오게임즈’ 상장으로 이어지며 절정으로 치달았으나 최근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SK바이오팜 주가는 ‘따상상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3일 연속 상한가)’을 달성하며 공모가 4만9000원이던 주식이 사흘 만에 21만4500원까지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2일에도 전날보다 1.8% 내린 16만4500원에 마감했다. 상장 다섯째 날(7월8일) 기록한 최고가(21만7000원) 대비 24%나 하락한 것이다.
그나마 SK바이오팜은 본격적인 하락세가 상장 후 2~3주 뒤부터 시작됐지만, 카카오게임즈는 ‘따상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2일 연속 상한가)’을 하자마자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따상상 다음날인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하락률은 31%(8만1100→5만5800원)나 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가 따상상하는 이틀 간 개미들은 1880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수백억원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개미들은 카카오게임즈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기간(지난 14~21일)에도 1834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미들은 SK바이오팜 주식도 따상상상 기록을 한 이후(지난 7월9일~9월21일) 1124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1746억원 가량을 순매도한 외국인과 대조적이다.
◇인기 중소형 공모주도 상장 후 쪽박
이밖에 수백~수천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중소형주들도 상장 후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약 경쟁률 464.1대 1을 기록하며 지난 21일 상장한 특수 칫솔모 기업 ‘비비씨’는 공모가(3만700원)보다 낮은 2만7650원에 시초가가 형성됐다.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추가로 19.3%가 떨어진 2만2300원에 마감했다. 22일에도 4.7% 내린 2만1250원에 마감하며 공모가의 7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청약 경쟁률이 1162.02 대 1에 달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스크 제조업체 ‘핌스’는 지난 18일 상장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22일 종가(1만5500원) 기준으로 공모가(1만9000원)보다 18.4% 하락한 상태다.
◇빅히트, 난관 극복 가능할까
이에 따라 다음 달 상장을 앞 둔 빅히트가 공모주 시장의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빅히트는 24일부터 이틀간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 조사를 진행한 후 다음 달 5~6일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빅히트는 공모를 통해 기존 발행 주식(2849만3760주)의 25% 수준인 713만주를 새로 발행한다. 공모 예정가는 10만5000원~13만5000원으로, 총 공모 예정액은 7486억~9625억원 수준이다. 신주 713만주 가운데 20%(142만6000주)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며 60%(427만8000주)는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된다. 일반 청약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살 수 있는 물량은 나머지 20%(142만6000주)다.
전문가들은 빅히트 역시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에 맞먹는 청약 열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이후 주가 흐름에 대해서는 “예측이 매우 어렵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사례를 거울 삼아 상장 후에도 주식을 오래 들고 있는 것을 꺼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정명지 수석연구위원은 “빅히트가 상한가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공모가가 어느 수준으로 정해지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금과 같은 공모시장 분위기에서 공모가가 시장 예상 범위를 크게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투자자들은 2~3일 이상 연속 상한가를 기록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