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 사태’의 피해자인 개그맨 김한석(48)씨는 18일 “(라임 사태에) 청와대 전 행정관이 연루돼 있다는 이야기를 녹취할 때 너무 무서웠다”고 밝혔다. 피해액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는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지난 4월 구속기소돼 이날 징역 4년이 선고됐다.
김씨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방송 생활을 30년 동안 하면서 모은 돈, 전세금으로 받은 돈(8억 2500만원)을 라임펀드에 투자했다”며 “'예금처럼 안전하게 운용되는 펀드가 있다' ‘잘못될 일은 0%. 로또 확률보다 적다’ 등으로 제안해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날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피해를 봤다고 증언했다. 장 전 센터장은 투자자에게 손실 가능성을 숨기고 라임자산운용 펀드 상품 약 2000억원어치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당시 내가 투자한 돈은) 전세자금이라 2년 후에는 다시 빼야하니 반드시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몇 번을 얘기했다”면서 “(그러나 장 전 센터장은) 적극적으로 ‘잘못될 일이 없다’고 하길래 (가입했다)”고 했다.
◇ “녹취 과정서 상상할 수 없는 얘기…무서웠다”
그러면서 김씨는 ‘청와대 연루설’이 제기된 녹취록을 재판정과 언론 등에 제공한 사람이 본인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공개된 장 전 센터장과 김씨의 통화 녹취록에는 라임의 배후 전주(錢主)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김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처음 등장한다. 작년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근무했던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에게 금감원이 작년 라임을 상대로 진행한 검사 내용을 알려준 대가로 김 전 회장 등 ‘라임 일당’으로부터 49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구속기소돼 재판 중이다. 녹취록에서 장 전 센터장은 김 전 행정관을 언급하며 “라임 (관련 검사 등)은 이분이 다 막았다”고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 전 행정관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고 3667만원의 추징 명령을 내렸다.
김씨는 “이를 법적으로 이용하려고 녹취한 게 아니라 (펀드 관련) 설명을 듣다 보니까 너무 어려워 (나중에 다시 듣기 위해) 녹음을 시작했다”며 “녹취하는 과정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해줘서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 전 행정관이 연루됐다는 등) 이야기가 나오니까 떨리면서도 안심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가족 지켜야 하는데 누가 날 지켜줄 수 있을 지 걱정"
그는 “법정 소송을 준비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다’라고 하니까 이게 일이 쉽게 끝날 일이 아닌 것 같고 일이 너무 커진 것 같아 정말 고민했다”며 “변호사가 녹취록을 공개하겠다고 했을 때 ‘정말 싫다’ ‘최소한 (녹취한 사람이) 김한석인 것은 모르게 해달라’ ‘너무 무섭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나는 계속 (방송) 일을 해야 되고 가족을 지켜야 하는데 (혹시 불이익을 받을까봐) 너무 무서웠다”며 “사실 지금도 무섭다”고 말했다.
라임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인 김정철 변호사는 “김한석씨는 라임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에 매우 중요한 증거자료와 범죄자들을 구속하는데 단초를 제공한 용기를 내주신 분”이라고 했다.
김씨는 “공개된 것 이외에 다른 것들도 녹취된 게 있다”며 “너무 무서워서 추가로 이야기를 안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너무 무섭다. 가족을 지켜야 하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