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여당을 등에 업은 금융노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진행돼온 금융 노사정 간담회는 8월 말 박홍배 금노위원장이 여당 최고위원이 되자마자 대표자급 간담회로 격상됐습니다. 박 위원장 요구로 은성수 금융위원장까지 간담회에 불려나온 것입니다.

지난 4일 금융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서 금융노조는 “금융발전심의회(금발심)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제 금노가 개별 금융사를 넘어 금융정책 결정 과정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금발심은 매년 금융 당국이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정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문단 성격의 기구입니다. 정책·글로벌금융분과, 금융산업혁신분과, 금융소비자·서민금융분과 등으로 나누고 각 분과별로 전문가 10여명을 정부가 위촉합니다. 이들은 매년 두세 차례 회의를 하면서 금융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금발심 위원들은 대부분 교수나 연구위원 같은 전문가들로 직접적으로 금융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즉 금발심은 금융인의 시각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우리 금융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각 분과에서 논의하는 내용들을 보더라도 노조가 전문성을 발휘할 만한 곳은 딱히 없습니다. 그런데도 금융노조가 금발심에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추진하려는 모든 금융 정책에 노조의 입김을 불어넣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노조에 자리를 내주기 위해선 금융위원회는 금발심 운영에 관한 규정까지 뜯어고쳐야 합니다.

정부 측은 “금융노조의 금발심 참여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은 좌불안석입니다. 사실 같은 날 금융노조는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 간 업무 조율을 위해 마련된 ‘디지털 금융 협의회’에도 자리를 달라고 요구했고, 일주일 만에 ‘사회이슈 전문가’라는 명분으로 노조 추천 인사 2명이 협의체에 합류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노조가 여당을 뒷배경 삼아 거침없는 행보를 거듭하는 데 대해 금융권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