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와 괴리된 주가 버블 논란이 고조되는 가운데,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 기술주 급등세를 이끈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외신들은 소프트뱅크가 최근 아마존과 넷플릭스, 테슬라 등 주요 기술주에 대해 약 40억 달러(약 4조8000억원) 어치 콜옵션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콜옵션이란, 미리 정한 가격으로 개별 종목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물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5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소프트뱅크가 대규모로 콜옵션을 매수하면, 옵션을 매도한 곳은 손실회피 목적에서 주식을 사들이므로 가격을 밀어올리는 효과가 생긴다.
미국 월가에서는 최근 기술주의 주가 급등의 배후에 고래(큰손투자자)가 있을 것이란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전균 삼성증권 이사는 “일반 주식보다 싼 옵션을 한꺼번에 매입해 고수익을 내는 큰손 투자자를 ‘고래‘라고 부른다”면서 “마치 플랑크톤을 먹어치우는 고래에 비유한 것인데, 소프트뱅크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싼 가격의 콜옵션 매도까지 병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수익 규모가 대단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소프트뱅크와 같은 고래들이 더 있을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시장은 고래와 글로벌 개미들 간의 백마고지 전투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소프트뱅크의 콜옵션 매수가 시장에 알려진 이날, 미국 나스닥의 기술주 주가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장중 8% 넘게 급락했다가 다시 장중엔 2%대까지 올라섰고, 미국 전기차인 테슬라는 장중 8.6% 급락했다가 5.2% 급등하는 등 하루 종일 주가가 춤을 췄다.
기술주 전문 투자자인 로이 맥나미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가 해당 매매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실물경제와 주가가 괴리되어 있다는 디커플링 현상을 더 뒷받침하게 되니 불편하다”고 말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 부부장은 “콜옵션 매도자의 헷지(위험회피) 규모가 60조원 정도에 달하는데, 10종목이라고 가정하면 종목당 6조원이니까 상당한 규모”라며 “해당 거래의 일부 혹은 완전 청산, 테슬라의 유상증자, 애플 CEO인 팀쿡의 자사주 매도 등이 기술주 수급과 투심에 찬물을 끼얹은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