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건우농장에서 만난 박찬목 대표가 캡슐을 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비비드

온실가스라고 하면 자동차나 공장의 매연을 먼저 떠올리지만, 예상외의 복병은 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승용차 대수는 약 15억 대인데,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24년 통계를 보면 전 세계 소 개체 수는 약 16억 마리다. 문제는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수 십 배 강력하다는 점이다.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비중은 교통수단의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메탄 서약이 체결되고 축산 선진국이 가축 탄소세 도입을 구체화하는 등 규제의 고삐를 죄는 가운데, 한국의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소의 위 내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를 줄여주는 캡슐을 개발한 메텍홀딩스다. 가축의 건강 관리를 넘어 지구의 열을 식히는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는 메텍홀딩스의 박찬목(44) 대표를 만났다.

◇소의 건강 상태 알려주는 바이오캡슐로 출발

박 대표는 지인의 권유로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더비비드

박찬목 대표는 원래 프로그래머였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마케팅 툴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2010년대 초, 축산업에 종사하는 오랜 지인의 권유로 IT와 축산을 접목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첫 과제는 농장주의 고충을 덜어줄 솔루션 개발이었다. “농가가 점차 대형화되면서 농장주 홀로 모든 개체를 세밀하게 관리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외부 활동이 많은 경우 농장에 상주하며 소의 상태를 세심히 살필 시간이 부족했죠. 카메라도 온전한 관리 수단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개체에 이상이 생겼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자칫 관리 소홀로 인한 폐사로 이어질 위험도 큽니다. 효율적인 관리책이 필요했죠.”

그는 축사에서 살다시피 하며 바이오캡슐을 개발했다. /더비비드

그가 도전장을 내민 건 소의 위에 넣는 바이오캡슐 개발이었다. “소의 위에 넣어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헬스케어 캡슐을 개발했습니다. 농장주는 연계 소프트웨어를 통해 체온, 활동량, 식사량, 식수량, 질병 여부, 생식 데이터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는 체온 변화에 민감해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구제역 백신 부작용이나 불임까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 솔루션을 통해 외부에 있더라도 일이 생기면 수의사에게 바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분만 시간까지 알 수 있어 긴급 상황에도 대처 가능하죠.”

이 시간 동안 박 대표는 모니터 앞이 아닌 축사 바닥에서 소와 부대끼며 축산 전문가로 거듭났다. “소의 생리적 특성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 목장 인근의 컨테이너나 텐트에 살았습니다. 혹시나 캡슐이 소화됐을까, 소의 배설물까지 확인했죠. 캡슐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뿔에 부딪혀 팔에 금이 간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5000마리 넘는 소에게 직접 캡슐을 먹여가며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집념의 시간 덕분에 이제는 자타공인 소 전문가가 됐죠.”

◇미국 농장에서 마주한 가스 지옥의 충격

건우농장의 농장주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 대표. /더비비드

15년간 전세계 8개국 2000여 농가에 바이오캡슐 30만개를 납품했다. 누적 데이터만 13억건에 달한다. 해를 거듭하면서 시스템을 개선해, ‘인공지능(AI) 기반의 바이오 캡슐을 이용한 헬스케어’로 미국에서 특허도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축의 건강 데이터를 관리해 생산성을 높이는 헬스케어 사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미국 출장길에서 마주한 광경이 사업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소 3만 마리를 키우는 대형 농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가스실에 들어온 것처럼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웠습니다. 농장주는 가스가 무거워 지면에 깔리니 계속 있으면 기절할 수 있다며 올라오라고 경고하더군요.”

그때 박 대표는 소가 내뿜는 가스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심각성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젖소 한 마리가 하루에 물을 무려 200리터나 마시고 엄청난 양의 분뇨를 배출한다는 사실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전세계 자동차 수와 소의 개체 수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자동차는 이산화탄소를 내뿜지만 소는 그보다 온실효과가 20배 높은 메탄가스를 방출합니다. 이에 덴마크에서는 세계 최초로 가축에 탄소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 못지 않게 소를 전기소로 바꿔야 할 수준이었죠.”

◇탄소 측정, 저감, 거래 플랫폼까지 메텍 세계관 구축

소의 위에서 메탄가스를 측정하고 저감하는 캡슐을 개발했다. /더비비드

인류의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인 소가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몰려 사육이 제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기술을 활용한 해결책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주요 대안 중 하나인 해초 기반의 친환경 사료는 고기나 우유 맛을 변하게 하고 큰 비용이 들어 현실성이 떨어졌다. 박 대표는 기존에 보유한 캡슐 기술을 고도화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확신했다.

기존 바이오 캡슐을 응용해 메탄 캡슐을 개발했다. “소를 특정 공간에 가둬놓고 가스 메탄 배출량을 측정하는 ‘챔버’ 방식은 공기 중에 가스가 희석되는 등 한계가 명확합니다. 저희가 개발한 캡슐은 소의 위 내에서 메탄가스를 측정하기 때문에 희석 우려 없이 15만ppm까지 측정 가능합니다. 표준화가 용이하죠.”

측정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메탄 저감’까지 아우른다. “메탄가스를 식량으로 하는 메탄자화균(Methanotroph)을 활용했습니다. 이 균과 관련된 기술을 이전 받기 위해 1년간 관련 기관을 설득했어요. 소의 위는 메탄가스 덩어리인데요. 캡슐을 통해 메탄자화균을 분사하면 위 속의 메탄가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메탄자화균 활용 시 소의 하루 평균 메탄 배출량을 15%에서 최대 50%까지 저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메텍홀딩스의 카본 플랫폼 화면. /메텍홀딩스

캡슐을 토대로 카본 플랫폼도 구축했다. “1년 간의 개발 끝에 독자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의 메탄배출량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는 플랫폼을 완성했습니다. 캡슐 구매 시 구독제로 이용 가능한데요. 실제 저감 데이터를 토대로 카본 크레딧(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배출권을 거래하듯, 저희도 소 안에 블랙박스를 심는 기술로 축산 시장의 탄소배출권 사업을 주도하고자 합니다.”

메텍의 캡슐과 플랫폼은 기업과 농가 모두에게 강력한 이점을 준다. “2023년이면 전세계적으로 소가 20억 마리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글로벌 메탄 서약에 따른 환경 규제는 이제 피할 수 없습니다. 네슬레 같은 글로벌 식품 기업도 저탄소 유제품 전환을 선언하고, 유럽도 환경 이력 관리를 수입 조건으로 내거는 등 전 세계 축산 시장이 저탄소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기술로 기업은 정확한 측정 데이터를 얻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농가는 사료를 바꾸지 않고 캡슐 하나로 저탄소 인증을 받아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한국의 축산 테크가 전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미국 농무부와 계약하고 촬영한 사진. /메텍홀딩스

메텍홀딩스는 해외에서 먼저 진가를 인정받았다. 2024년, 우리나라 스타트업 최초로 미국 연방정부기관인 농무부(USDA)와 수의계약을 하고 텍사스, 위스콘신, 오클라호마, 콜로라도 등의 방목형 농장에서 실시간 메탄가스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브라질, 덴마크 등 축산 강국의 정부 기관과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직영 농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식품 기업의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뉴욕에 미국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참신한 접근법으로 벤처 생태계의 주목도 한 몸에 받았다. 산업은행을 포함해 7개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배치 4기 기업으로 선정돼 법률 자문, 경영 멘토링, 업무 공간 등의 지원을 받았다.

‘축산업계의 테슬라’가 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더비비드

내년에 소 100만 마리, 3년 안에 소 1억 마리에 메탄캡슐을 적용할 구상이다. 전 세계 소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축산의 테슬라’가 되는 게 최종 목표다. “최근 저탄소 한우 도축부터 수출까지 지원하는 유통 자회사 케이카우를 설립했습니다. 소의 건강관리, 탄소 측정과 저감, 탄소배출권 유통, 소 등급 관리, 판매까지 아우르는 메텍 세계관을 구축했죠. 한국의 축산 테크가 전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