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에이치알 박중우 대표. /더비비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가 크다. 당초 가장 먼저 기계로 대체될 줄 알았던 제조업 현장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며 굳건히 버티고 있다. 대기업 생산직 채용에 수만 명이 몰리는 등 소위 ‘갓산직(신이 내린 생산직)’ 열풍까지 불고 있다.

디플에이치알 박중우(26) 대표는 이런 흐름을 일찌감치 읽고 생산·기능직 전문 채용 플랫폼 ‘디맨드’를 개발했다. 블루칼라 구직자들이 겪는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며 월간 활성 사용자 1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박 대표를 만나 생산직 채용 시장의 미래 전망을 들었다.

◇발로 뛰며 찾아낸 일자리 미스매치

(왼쪽부터)창업들과 상경했을 때 모습, 창업대회에 출전해 수상한 모습. /박중우 대표 제공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3학년을 마치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첫 아이템이었던 영상 효과음 자동 삽입 프로그램이 철저한 시장 조사 부재로 실패하면서 쓴맛을 봤다. “대회에서 상금을 받아 시장성을 입증했다고 착각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유튜버 시장 규모 자체가 너무 작아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죠.”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통계청 자료를 뒤지며 구직자는 넘쳐나는데 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자리 부조화 현상에 주목했다. “답을 찾기 위해 기업 인사 담당자 30명과 사회초년생 450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그 결과 100만명에 달하는 생산직 구직자들이 마땅한 채용 플랫폼이 없어 카페나 오픈채팅방을 전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2022년 10월 디캠프 디데이에서 고초대졸닷컴을 소개하는 박 대표. /박중우 대표 제공

2021년 8월 생산 기능직 전용 채용 사이트 ‘고초대졸닷컴’을 열었다. 초기에는 팀원들과 함께 커뮤니티의 채용 공고를 일일이 긁어모아 사이트를 채웠다. “교대 근무 형태, 기숙사 유무, 통근버스 노선 등 생산직 구직자에게 진짜 필요한 알짜 정보만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입소문이 나면서 4개월 만에 월간 방문자 3만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2022년 10월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주관하는 창업경진대회(디데이) 본선 무대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죠.”

◇위기를 기회로 만든 소통의 힘

기존 사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박 대표는 직접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사용자를 설득했다. /디맨드 커뮤니티 화면 캡처, 더비비드

서비스가 성장하며 4년제 대학 졸업자의 가입 비율이 20%를 넘기 시작했다. 2024년 9월 플랫폼 내에 4년제 대상 채용 공고를 늘리자 기존 고졸·초대졸 유저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기존 유저들 입장에서는 자신들만의 공간에 4년제가 들어온 점에 큰 거부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곧바로 커뮤니티에 직접 장문의 글을 올려 변화의 배경을 솔직하게 설명했고, 다행히 많은 분이 이해해 주셨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타깃 확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24년 10월 서비스명을 ‘디맨드(dmand)’로 과감히 리브랜딩했다. 직관적이었던 기존 이름이 기업 영업 과정에서 오히려 한계로 작용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기존 이름이 주는 가벼운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었습니다. 디맨드는 세상의 모든 수요가 우리 플랫폼에 있다는 의미를 담은 새로운 비전입니다.”

디맨드 사용 예시 화면. /디플에이치알

사업 모델의 무게 중심도 기업(B2B)에서 구직자(B2C)로 옮겼다. 기업들은 예산과 채용 주기가 불규칙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결국 구직자가 만족하고 많이 모여야 기업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채용 공고라는 양날의 검에만 의존하기보다 구직자에게 직접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기로 한 겁니다.”

최근 도입한 합격·불합격 데이터 기반 리포트가 대표적인 구직자 맞춤형 서비스다. 유저들이 자신의 스펙을 입력하면 합격 확률과 보완점을 분석해 준다. “상위권 공고 조회자에게 알림을 보내 실제 합격 여부를 인증받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자동화했습니다. 자격증 취득이 필수적인 생산직 특성상 유저들의 호응이 매우 높습니다.”

지역 인재 풀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 50여 개 전문대학·폴리텍 대학 등과 협업망도 촘촘히 구축했다. 학교가 구독료를 결제하면 소속 학생들이 디맨드의 취업 솔루션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제가 직접 전국 학교를 돌아다니며 협약을 맺었습니다.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려는 학교 측의 만족도가 높아 입시 홍보 등 새로운 사업 기회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산직 취업의 모든 것을 담다

디플에이치알의 박중우 대표. /더비비드

유저 중심의 전략은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2025년 매출은 2024년 대비 4배 이상 치솟았고, 기업 대상 매출도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단순한 매출 성장을 넘어 플랫폼 활성도가 4배 이상 좋아졌습니다. 하루 평균 25개가 넘는 글이 올라오고, 평균 체류 시간은 28분에 달하죠. 일주일 재방문율도 40% 이상 오르며 탄탄한 진성 유저층을 확보했습니다.”

채용 시장 한파 속에서도 생산·기능직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화이트칼라 직군은 AI 도입으로 타격을 받고 있지만, 제조업 현장은 여전히 사람의 개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직업계 대학으로 유턴 입학하는 비율이 매년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능직이 더욱 각광받는 시대가 열릴 거예요.”

박중우 대표와 디플에이치알 팀원들. /박중우 대표 제공

디맨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채용 중계를 넘어 생산직 노동자의 모든 라이프사이클을 점유하는 생태계 구축이다. 가장 먼저 교육 분야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구직자들에게 어떤 스펙이 부족한지 알려주는 것을 넘어, 필요한 자격증 강의나 부트캠프를 직접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생산·기능직 중심의 단단한 유니버스를 구축하겠습니다.”